[평창의 외교戰] 北김영철에 '과잉의전' 논란

예정 경로였던 통일대교 막히자 軍작전 잦은 전진교로 통과시켜
국방부 "지방도일 뿐" 의미 축소
北일행 숙소 워커힐과 멀지않은 덕소역은 원래 KTX 안 서는 곳
 

우리 정부는 25일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을 단장으로 하는 북한 고위급대표단을 통일대교 10여㎞ 동쪽에 있는 군사도로인 '전진교'로 우회시켜 임진강을 건너게 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천안함 유족 등이 통일대교에서 '김영철 방남 저지' 농성을 하자 군사도로를 북한에 열어준 것이다. 정부는 이날 김영철 일행을 위해 KTX 특별열차도 편성했다. 이와 관련해선 "'천안함 전범(戰犯)'의 원활한 방문을 위해 정부가 종일 과잉 의전을 제공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북 도발 총책에 군사도로 열어줘"

김학용 국방위원장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김영철 일행이 통일부 천해성 차관의 영접을 받으며 우리 군의 작전 도로를 넘어왔다는 소식에 많은 국민은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북한 도발 총책임자에게 어떻게 우리의 비밀 군사도로를 보여줄 수 있느냐는 것이다. 1사단 출신 예비역들은 "전진교를 건넜다는 건 많은 작전지역과 훈련장, 자주포를 포함한 포병부대 시설 등을 지나갔다는 의미"라고 했다.

논란이 커지자 국방부는 이날 오후 기자들에게 '오늘 방남한 북측 고위급 대표단이 이용한 도로는 지방도 372번 일반도로로서 군사도로 또는 전술도로가 아니다'는 입장을 문자로 보냈다. 국방부 관계자는 "전진교는 1984년 군과 지자체가 군사시설물로 만들었지만 현재는 민간인들이 많이 이용해 군사시설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진교는 육군 1사단이 관할하고 있는 다리다.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내에 있어 초소가 있고 민간인의 경우 해당 지역 거주 주민이나 사전에 출입 승인을 받은 사람만 통행할 수 있다. 일반 차량은 간신히 교행(交行)할 수 있고, 자주포는 일방통행해야 할 정도로 폭이 좁다. 372번 지방도는 전진교를 거쳐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 및 도라산 전망대 등으로 통한다. 역시 민통선 내에 있어 출입 승인을 받은 민간인만 다닐 수 있다. 전진교와 372번 지방도가 민간인이 거의 다닐 수 없는 완전히 통제된 DMZ(비무장지대) 철책선 근접(近接) 군 작전(전술)도로와 같은 도로로 보기는 어렵다. 민통선 내 마을 주민들이 영농을 위해서나, DMZ 관광객들이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민간인에게 일부 개방돼 있기는 하지만 군에서도 작전을 위해 많이 활용하기 때문에 군사도로가 아니라고 규정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 예비역 고위 장성은 "북 대표단이 비밀리에 온 것이 아니라 정부 고위 관계자의 안내를 받아 들어왔기 때문에 군으로선 막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KTX 특별편 편성도

이날 오후 김영철 일행은 숙소인 워커힐 호텔을 나와 차량으로 경의중앙선 덕소역까지 간 뒤 KTX를 타고 평창으로 이동했다. 덕소역은 본래 KTX가 정차하지 않는 역이다. 김영철 일행을 위해 정규 편성에 포함되지 않았던 특별 열차편을 운영한 것이다. 이 특별열차 편성으로 평창행(行) 일반열차는 10여 분씩 연착됐다. 특별열차 한 대 편성하는 데에는 1000만원 안팎의 예산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경찰은 김영철 일행이 탑승한 차량이 서울 시내에서 멈추지 않고 달릴 수 있도록 신호를 잡아주고 도로를 통제했다. 경찰은 워커힐 호텔 진입로를 막고 통행 차량을 전수 검문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2/26/201802260024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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