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의 외교戰]
천안함 유족들, 청와대 달려가 "여기가 북한이냐 대한민국이냐"
 

25일 오후 청와대 앞 분수대 부근에 '천안함 46용사 유족회' 회원 30여 명이 모여 있었다. 이들은 전날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한 뒤 청와대로 와 '김영철의 방남 허가를 취소하라'는 성명서를 전달했다. 김영철 방남 취소 소식을 기대했으나, 청와대로부터 원하던 말은 듣지 못했다. 25일 김영철이 들어와 서울의 한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는 소식에 다시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김영철의 방남 경로로 알려진 경기 파주시 통일대교로 갔다가 밤을 새우고 다시 온 유족도 있었다.

기자회견 시작도 전에 유족 몇 명은 가슴을 치며 눈물을 흘렸다. 유족회장 이성우(57)씨는 확성기를 들고 "북한은 천안함 폭침을 사죄하라" "김영철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하라" "김영철은 유족 앞에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외쳤다.
 
25일 오후 ‘천안함 폭침 주범’으로 알려진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의 방남에 반대하는 천안함 46용사 유족회 유족들이 방남 규탄 기자회견을 열기 위해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으로 모여들고 있다.
25일 오후 ‘천안함 폭침 주범’으로 알려진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의 방남에 반대하는 천안함 46용사 유족회 유족들이 방남 규탄 기자회견을 열기 위해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으로 모여들고 있다. /연합뉴스

유가족들이 청와대로 가려 하자 경찰 40~50명이 청와대 앞 횡단보도를 막아섰다. 유족들은 울부짖듯 소리쳤다. 한 어머니는 "여기가 북한이냐 대한민국이냐"며 주저앉았다. 한 아버지는 "나라 지키다 간 자식을 이렇게 저버리느냐"고 소리쳤다.

2030 세대도 분노하고 있다. 고려대에는 대자보가 붙었다. 천안함 폭침 46명, 연평도 포격 2명 등 48명의 희생 장병 이름과 함께 '문재인 정부가 김영철을 국빈으로 모시려 한다. 가증스럽고 역겨워서 참을 수가 없다. 가짜 평화를 위해 이렇게까지 치욕적으로 굴종해야 하느냐'는 내용이었다. 서울대 학내 게시판 스누라이프에도 '적이 우리나라 군인을 죽여도 적이 한 게 아니라는 사람이 대통령이 됐는데 뭐' '대화 많이 할수록 좋지. 그런데 일단 판문점에서 만나고 천안함과 연평도 포격에 대해 사과·유감 표시를 먼저 하는 게 순서고 절차' 등의 댓글이 달렸다. 고려대 학내게시판인 '고파스'에도 통일부 직원이 김영철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는 사진에 '이러다 적화통일 당하겠다' '국민의 말은 안 들어도 북한의 말은 왜 이토록 맹종하는 것인가'라는 글이 올라왔다.

포털사이트 여론도 비슷했다. 김영철 방문 관련 기사마다 '김영철 체포조를 만들자' '김영철을 사살해야 한다'는 댓글이 대부분이었다. 회원수 3000여 명의 대학생 단체인 한국대학생포럼은 24일 성명서를 내고 "국군 살인자는 대한민국 영토에 들어올 자격이 없다"고 했다.

보수 단체들도 반발했다. 25일 강원 평창군 횡계로터리에는 보수단체 500여 명이 모였다. 이들은 "우리의 주적, 북한 김영철을 처단하라", "천안함 사고를 잊은 정부를 국민들은 지지하지 않는다" 외쳤다. 오후 6시쯤부터는 인공기와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사진을 불태웠고 경찰이 이를 막으면서 서로 충돌했다. 앞서 23일 예비역 장성 모임인 '성우회'는 "김영철의 방한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문을 내놓은 바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2/26/201802260023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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