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北 김영철과 평창서 폐회식 직전 1시간 동안 접견
文 "北美 대화 조속히 열려야" 金 "미국과 대화할 용의 있다"
한국당, 訪南 길목 막고 시위… 金, 군사작전지역으로 우회
 

문재인 대통령과 김영철(왼쪽)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25일 강원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폐회식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영철(왼쪽)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25일 강원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폐회식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오후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평창 모처에서 비공개로 만났다. 김영철 일행은 이날 오전 평창올림픽 폐회식의 북한 고위급 대표단으로 방남했다. 청와대가 사후(事後)에 공개한 브리핑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비핵화' 문제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천안함 폭침 등 그동안 김영철이 주도했던 각종 대남(對南) 도발에 대해서도 거론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김영철 등 북한 대표단에 "남북 관계 개선과 한반도 문제의 본질적 해결을 위해서라도 북·미 대화가 조속히 열려야 한다"고 말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여권 인사들은 '한반도 문제의 본질적 해결'이라는 표현에 대해 "북한은 그간 남북 대화에서 비핵화 문제는 꺼내지 말라는 입장이었다. 이를 고려해 '비핵화'를 우회적으로 촉구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에 김영철은 "북·미 대화를 할 충분한 용의가 있다"고 했다고 한다. 김 대변인은 "북한도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가 같이 발전해야 한다는 데 생각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또한 문 대통령은 "남북 관계가 앞으로 광범위하게 확대되고 진전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이에 김영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같은 의지를 지니고 있다"고 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이날 문 대통령은 북측 대표단 8명 전원과 접견한 뒤 김영철,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과 별도로 대화를 나눴다.

한편 이날 김영철 방한으로 대한민국은 곳곳에서 둘로 갈라졌다. 천안함 희생 장병 유족과 탈북자들은 북한 대표단이 서울로 향하는 길목인 통일대교 남단 도로로 나와 '김영철 방한 반대' 시위를 벌였다. 정치권도 극심한 갈등을 빚었다. 홍준표 대표 등 한국당 당원 수백명은 "김영철은 살인마"라며 전날 밤부터 통일대교 남단 도로를 점거하고 농성을 벌였다. 이 때문에 정부는 김영철 일행을 인근 군 작전지역 안에 있는 전진교로 우회 통과시켰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2/26/201802260020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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