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고문이 23~26일(한국 시각)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다. 외신은 이방카 선임고문에 앞서 한국을 방문했던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과 이방카 고문의 경쟁 구도에 주목하고 있다.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고문은 23일(한국 시각) 한국을 방문한다. 사진은 2018년 2월 14일 이방카 트럼프 고문이 미 워싱턴 DC 백악관 비서실에서 열린‘세금 개혁안이 제공한 기회’에 관한 실무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는 모습. /블룸버그

이방카 고문은 23일 문재인 대통령과 만찬을 갖고 25일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날 이방카와 함께 방한하는 미국 정부 대표단에는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 제임스 리시 공화당 외교위원회 소속 상원의원,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 사령관, 마이크 내퍼 주한 미국 대사 대리 등이 포함됐다.

뉴욕타임스(NYT)는 21일(현지 시각) “이방카는 북한의 이방카(김여정)에 필적할 수 있는 특사”라고 소개했다. 미국 시사주간지인 뉴스위크도 22일 “이방카 트럼프는 동계올림픽 폐회식에서 김정은의 여동생(김여정)과 PR 경쟁에 나설 준비가 돼있다”고 보도했다.

◇ ‘진짜’ 이방카 vs ‘북한의 이방카’ 김여정 경쟁 구도 형성…펜스 부통령엔 김여정 ‘압승’

NYT는 “언론이 ‘북한의 이방카’라고 불렀던 김여정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진짜 이방카’를 한국에 보낸다”며 “문제는 화려한 패션 사업가인 이방카가 독재 정권의 선전과 선동을 책임진 미스테리한 북한 여성 김여정에 집중됐던 언론 보도에 맞설 수 있을지 여부”라고 했다.

이어 “백악관 관계자들은 미 대통령의 딸인 이방카 고문이 독재자의 여동생과 함께 거론되는 것에 거부감을 표하고 있다”며 “그러나 가족관계 등을 고려하면 이방카와 김여정의 비교 구도는 명백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극장에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비즈니스인사이더도 22일 “김여정은 평창 올림픽에서 언론의 주목을 이끄는 등 체제 선전에서 쾌조의 성과를 냈다”며 “김여정과 이방카는 비슷한 위치인 것으로 보이지만, 김여정은 잔인한 독재 정권의 선전 책임자”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김정은과 김여정 남매는 3일 만에 언론의 시선을 신속하게 강탈한 바 있다”며 “이방카는 달갑지 않은 비교를 당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이달 9~11일 김여정이 방한을 결정하자 미 폭스뉴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캐나다 일간 내셔널포스트 등 외신은 “‘북한의 이방카’가 한국을 방문한다”고 보도했고, 워싱턴포스트(WP)와 비즈니스인사이더 등은 김여정을 ‘북한의 공주’로 묘사하기도 했다.

김여정이 북한으로 귀환한 뒤에는 그가 김정은의 ‘외교 특사’로서 임무를 완벽히 소화해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NYT는 지난 11일 “김정은의 여동생이 매력을 발휘해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의 스포트라이트를 가로챘다’’며 김여정을 ‘북한의 새로운 무기’로 표현했다. CNN은 “이번 올림픽에 ‘외교 댄스’ 부문이 있다면 김여정은 금메달 후보”라며 “김여정은 단 하루만에 사람들의 마음을 훔쳤다”고 전했다.
 
이방카 트럼프 백안관 선임고문이 2018년 2월 22일 미국 하키팀의 올림픽 금메달을 축하하고 있다. /이방카 트럼프 트위터 캡처
한편, 이방카 고문은 한국 방문 하루 전 22일(한국 시각) 성명을 통해 “미 대표단을 이끌고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에 참석하게 돼 영광”이라며 “미국 선수들이 달성한 모든 성과를 축하하고 기뻐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개인 트위터 계정에 미국 하키팀이 20년 만에 올림픽 금메달을 딴 것을 축하하며 “미 하키팀은 우리가 함께할 때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결코 포기하지 않고 나 자신과 서로를 믿어야 한다. 내일 평창에서 보자!”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 이방카·北 대표단 만남 성사될까…“가능성 있다” vs “절대 안돼”

평창에서 미국과 북한의 만남이 성사될지도 관심사다. 이방카의 방한 기간과 북한 대표단의 방한 기간이 겹치기 때문이다. 북한은 오는 25~27일 김영철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이끄는 대표단을 파견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오는 26일 김영철 부장 등 북한 고위급 대표단을 만나 ‘비핵화’ ‘북·미 대화’ 등 현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이방카 고문이 트럼프의 특사로서 대북 관련 메시지를 전달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백악관은 이미 “이방카는 한국을 방문해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를 축하하고, 미국과 한국의 동맹관계를 재확인하며, 미국 선수들을 응원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며 김영철 부장 등 북한 고위 대표단을 만날 계획은 없다고 못박은 상태다.
 
그래픽=이은경 디자이너
그러나 NYT는 “앞서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은 방한 당시 김여정과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의 만남을 완강히 거부했고, 개막식에서도 그들을 무시했지만, 이방카는 펜스 부통령 때와는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방카는 최근 한반도의 상황을 전달받았고, 문재인 대통령과 대북 정책에 관해 논의할 충분한 준비를 마쳤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22일 “이방카 고 문에게는 올림픽 폐회식이 북한 대표단을 만날 유일한 기회”라며 “미국과 북한은 계획하거나, 의도치 않은 만남을 가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에도 북미 간의 만남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WP는 백악관 고위 관리를 인용해 “이방카 고문은 방한 기간 북한 문제에 초점을 둘 계획이 전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2/23/201802230212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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