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EU·호주 제재 대상인데… 北, 제재 무력화 시도의 결정판]

정찰총국 맡아 세계적으로 악명… 2009년 이후 모든 도발 기획·지휘
오바마, 천안함 폭침 대북제재 때 개인으론 유일하게 리스트에 올려
당시 당국자들 "어뢰 쏜 잠수정이 정찰총국 소속임을 韓·美가 확인"
천영우 "연평도 포격 뒤엔 김영철"
 

북한이 25일 열릴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에 보내기로 한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은 2009년부터 벌어진 모든 대남 도발을 기획·지휘한 배후 인물이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 등은 물론 각종 대남 사이버 공격도 주도했었다. 그로 인해 우리 정부는 물론 미국·유럽연합(EU)·호주의 '제재 리스트'에 올라 있다. 정부 소식통은 22일 "'제재의 집합체'와도 같은 김영철을 내려보낸다는 것은 최근 북한의 '제재 무력화 시도'의 결정판"이라고 했다.

◇천안함 도발로 美 제재받아

1946년 양강도에서 태어나 만경대혁명학원과 김일성군사종합대학을 졸업한 김영철은 북한 군부 내에서도 첫손에 꼽히는 '대남 강경파'다. 그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군사 과외 교사' 출신이기도 하다. 김영철은 정찰총국장에 오른 2009년 이후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 암살조 남파(2009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2010년),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 사건(2015년) 등 각종 대남 도발을 기획부터 집행까지 총지휘했다.
 
천안함 폭침 한달 후… 김영철 격려하는 김정일 - 김영철(빨간 원·현 통일전선부장) 정찰총국장이 2010년 조선인민군 창건일(4월 25일)을 맞아 제586군부대 지휘부를 찾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수행하며 박수를 치고 있다. 586군부대는 정찰총국의 단대호(單隊號·노출을 꺼려 숫자로 표시한 부대명)다. 북한 관영매체가 정찰총국을 공개한 것, 김정일이 정찰총국 지휘부를 찾은 것은 이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김정일이 인민군 창건일 시찰 부대로 정찰총국을 택한 것과 관련, 정보 소식통은 “천안함 폭침 작전을 완벽히 수행한 정찰총국을 격려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고 했다.
천안함 폭침 한달 후… 김영철 격려하는 김정일 - 김영철(빨간 원·현 통일전선부장) 정찰총국장이 2010년 조선인민군 창건일(4월 25일)을 맞아 제586군부대 지휘부를 찾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수행하며 박수를 치고 있다. 586군부대는 정찰총국의 단대호(單隊號·노출을 꺼려 숫자로 표시한 부대명)다. 북한 관영매체가 정찰총국을 공개한 것, 김정일이 정찰총국 지휘부를 찾은 것은 이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김정일이 인민군 창건일 시찰 부대로 정찰총국을 택한 것과 관련, 정보 소식통은 “천안함 폭침 작전을 완벽히 수행한 정찰총국을 격려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고 했다. /조선중앙통신

2010년 8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46명의 사망자를 낸 천안함 기습공격 등 북한이 미국에 주고 있는 안보 위협을 고려했다"며 독자 대북 제재를 위한 행정명령 13551호를 발표했다. 이때 개인으로는 유일하게 김영철이 제재 대상에 올랐다. 당시 미국은 천안함 폭침을 주도한 정찰총국과 천안함 공격 어뢰인 CHT-O2D를 수출한 북한의 무기 수출업체 청송연합까지 같이 제재했었다.

김영철은 또 정찰총국 산하에 사이버 부대를 창설해 현재까지 세계 거의 모든 국가를 위협하고 있는 북한 사이버 공격의 기초를 닦았다. 2009년 디도스 테러와 2011년 농협 전산망 공격 등을 집행했고, 2014년에는 김정은 풍자 영화를 만든 소니 픽처스를 해킹하면서 세계적 악명을 떨쳤다.
 

이런 도발 이력으로 김영철은 2011년 12월 유럽연합(EU)의 자산동결·여행제한 대상으로 지정됐다. 호주는 2013년 12월 김영철을 자산동결과 여행제한 대상으로 지정했고, 2016년 12월 이를 갱신해서 지금까지도 제재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16년 3월 김영철을 독자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고 우리 국민과 금융·외환 거래를 금지한 상태다.

◇"어뢰 쏜 잠수정 소속 확인했었다"
 
김영철에 대한 국제사회 제재 정리 표

김영철은 공개·비공개 석상에서 북한의 도발 사실 자체가 '날조'된 것이라며 자신의 책임을 부인해 왔다. 그러나 2010년 11월 김태영 당시 국방장관은 국회 국방위 긴급회의에서 "천안함 폭침 사건을 주도했던 김경식, 김영철이 이번 연평도 공격도 주도한 것으로 보이는데 맞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판단하고 있다"고 답했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 고위직에 있었던 전직 안보 당국 인사는 "당시 정부는 김영철이 도발을 어떻게 기획하고 주도했는지 자세한 정보를 갖고 문서화해 뒀다"며 "미국도 그런 근거를 토대로 김영철과 정찰총국을 겨냥한 독자 제재를 했던 것"이라고 했다. 당시 한·미 정보 당국은 양국이 정찰 자산을 총동원해 천안함에 어뢰를 발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잠수정을 특정해서 북한 정찰총국 소속인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여기에 인적 정보(휴민트)를 더해서 천안함 폭침을 담당한 것이 '정찰총국의 ○국 ○처'란 사실도 알아냈다.

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었던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김정은이 군부를 장악한 직후 정찰총국을 통해 일으킨 일인데, 그때의 정찰총국장은 당연히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했다.

2012~2013년 국정원 제1차장을 지낸 남주홍 경기대 교수는 "북한은 김영철 방남을 통해 5·24조치가 상징하는 대북 제재·압박 체제의 와해를 분명히 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2/23/2018022300300.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