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개막식 다음날인 지난 10일… 미국·북한 간 무슨 일이]

CIA가 北 회동 의사 듣고 전달
트럼프, 펜스에 OK 사인 주며 "강력한 비핵화 메시지 전해라"
한국 배석 없이 1대1로 만나기로

김여정, 돌연 美에 취소 통보한 후 文대통령에 '평양 초청카드' 꺼내
'펜스 만나도 실익 없다' 판단한 듯
 

지난 10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비밀 회동이 예정됐다가 북한 측이 돌연 취소하면서 불발된 것으로 21일 알려졌다. 평창올림픽 기간 물밑에서 우리 정부 주선으로 미·북 접촉이 추진됐다는 얘기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20일(현지 시각) "펜스 부통령이 지난 8~10일 방한했을 때 청와대에서 김여정 일행을 만나기로 했지만 막판에 북한이 취소했다"고 보도했다. 미 부통령실은 "북한이 약속 2시간 전 철회 입장을 통보했다"며 이를 확인했다.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도 이날 "북한 당국자들이 막판에 회동을 취소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지난 9일 마이크 펜스(앞줄) 미국 부통령이 김여정(뒷줄 오른쪽)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함께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개막식을 관람하고 있다.
비밀회동 약속 전날밤의 풍경… 이들은 평창 개막식때 눈길도 마주치지 않았다 - 지난 9일 마이크 펜스(앞줄) 미국 부통령이 김여정(뒷줄 오른쪽)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함께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개막식을 관람하고 있다. 펜스 부통령과 김여정은 다음 날 오후 청와대에서 비밀회동을 하기로 돼 있었지만 이날은 서로 인사도 나누지 않았다. /연합뉴스
WP 보도와 우리 정부 당국자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달 말 백악관은 북한이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회동을 원한다는 의사를 중앙정보국(CIA)으로부터 전달받았다. 이어 지난 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한을 앞둔 펜스 부통령 등을 만난 자리에서 북한과의 접촉에 'OK' 사인을 내렸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접촉'이 '협상'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한다. WP는 "북한에 대한 '최대의 압박' 차원으로 펜스 부통령이 북한 면전에서 직접 강력한 비핵화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방침이었다"고 전했다.

북한 측이 지난 5일과 7일 발표한 방한 고위급 명단에 김여정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포함시킨 것은 미국과의 대화를 염두에 뒀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북 접촉 장소와 형식 등은 펜스 부통령이 서울에 도착한 8일 오후까지도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이날 저녁 펜스 부통령이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만찬을 함께하면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추정된다. 양측 일정상 개막식 다음날인 10일 문 대통령과 북한 대표단의 오찬 직후 청와대에서 미·북이 만나는 것으로 예정됐다. 중재자 격인 우리 정부 측은 배석하지 않기로 했다고 WP는 전했다.
 
9일 펜스 부통령은 탈북자 면담, 천안함 기념관 방문 후 평창 개막식장으로 이동했다. 리셉션장과 개막식에서 펜스는 북한 대표단에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이 때문에 '미·북 대화는 물 건너 갔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WP에 따르면 펜스 부통령은 이때도 머릿속으로는 김여정에게 전할 강경 메시지를 다듬고 있었다고 한다.

북한은 10일 오전까지도 '미국과 만나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날 오전 11시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 접견을 앞두고 미국 측에 회동 취소를 통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펜스 부통령이 회동을 앞두고도 강도 높은 대북 압박을 강조하고 탈북자들을 만난 것을 문제 삼았다는 분석이다. 실제 만나더라도 아무런 실익이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김여정은 미국과의 만남은 취소하고 문 대통령에게 '김정은의 평양 초청' 카드를 꺼냈다.

미·북 접촉이 불발되자 펜스 부통령은 이날 오후 3시 반쯤 미국 대표팀을 응원하기 위해 강릉으로 이동했다. 문 대통령도 나중에 합류해 펜스 부통령과 대화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향후 북한과의 대화 및 압박 문제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 측은 "문 대통령이 '북한이 실제로 비핵화 조치를 취할 때만 압박 완화를 고려해볼 수 있다'고 분명하게 강조했다"고 전했다. 북한이 미·북 접촉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2/22/20180222003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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