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연합훈련 재개 결정 안팎
"정해진 것 없다" 유보적이던 정부, 남북정상회담 여건 조성 어렵자 설 연휴 이후 기류변화 조짐 보여
美 "훈련 재연기 절대 불가" 통보… 4월초 쯤 예년 규모로 실시할 듯
 

정부가 20일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한·미 연합 훈련 실시 방침을 밝히면서 남북 정상회담 개최와 대북 유화 기조에 일부 변화가 생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김정은 여동생 김여정 등 북한 고위급 대표단 방한 이후 한·미 훈련에 대해 "정해진 입장이 없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이 때문에 평창패럴림픽 이후로 한 차례 연기된 한·미 연합 훈련이 또다시 연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그러나 설 연휴 이후 기류 변화 조짐이 나타났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7일 "(남북 정상회담은) 우물에서 숭늉 찾는 격"이라고 한 데 이어 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잇따라 '한·미 훈련 재개' 방침을 밝힌 것이다. 정부 안팎에선 "남북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여건 조성이 여의치 않은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쉽지 않은 여건 조성
 
송영무(왼쪽 사진) 국방부 장관이 20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송영무(왼쪽 사진) 국방부 장관이 20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송 장관은 한·미 연합 훈련 일정을 3월 하순쯤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조명균(오른쪽 사진) 통일부 장관도 이날 국회 법사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연합 훈련 재개를) 반대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이덕훈 기자

지난 10일 북한 김여정 당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문 대통령에게 김정은 친서를 전달하며 남북 정상회담을 제안한 이후 여권을 중심으로 '한·미 훈련 재연기론'이 제기됐다. 남북 정상회담의 '여건 조성'을 위해 "한·미 훈련을 8월 이후로 연기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남북 정상회담과 남북대화 무드에 대한 미국의 소극적 태도가 이 같은 기류에 제동을 걸었을 가능성이 있다. 펜스 부통령은 김영남·김여정 등 북 대표단 면담을 사실상 거부했다. 북한도 "미국과의 대화에 목마르지 않다"며 맞불을 놓았다.

미·북의 대립 속에 정부는 양측을 대화로 이끌 기회를 잡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김여정 일행이 청와대를 다녀간 지 열흘이 지났지만 아직 한·미 정상 간 전화통화도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지속적으로 한·미 훈련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미 간 군 채널을 통해 "훈련 재연기나 축소는 절대 불가하다" "재연기한다면 미군 단독으로라도 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한·미 연합 훈련 재연기설'도 쏙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빈센트 브룩스 주한 미군 사령관은 지난 14일(현지 시각) 미국 하원 군사위원회에 제출한 청문회 서면 진술서에서 "우리(주한 미군)는 두 번의 주요 전구(戰區) 지휘소 연습과 한 차례 야외 기동 연습을 매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이날 외신이 전했다. 2개의 지휘소 연습은 한·미가 매년 봄 실시하는 키 리졸브 훈련과 8월 실시하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을, 야외 기동 연습은 키 리졸브 훈련 때 실시하는 독수리 연습을 말한다.

◇ 4월 초 예년 규모로 실시할 듯

한·미 연합 독수리 훈련은 평창패럴림픽 폐막(3월 18일) 2주 후인 4월 1일, 키리졸브 연습은 4월 23일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통한 군 소식통은 "한·미 군 당국은 B-1B 등 미국의 폭격기·전투기들이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대북 무력시위를 펼친 작년 9월 말 이후 훈련 연기를 논의하기 시작해 작년 11월 시기를 확정했다"며 "이 일정은 미군의 다른 훈련들과도 연동돼 있어 지금 와서 또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일각에선 훈련을 예정대로 진행하는 대신 규모가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화 모멘텀'을 이어가기 위해 청와대가 '규모 축소'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군 관계자는 "현재 시점에서는 당초 계획대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라고 했다. 국회 국방위 관계자도 "축소 없이 예년 수준으로 실시할 것으로 안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2/21/2018022100217.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