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동북부 발트해 연안에 있는 라트비아의 ABLV은행이 영업 정지를 당했다. 북한의 미사일 개발을 위한 돈세탁 작업에 연루됐다는 사실이 공개되면서다. ABLV은행은 자산 규모 기준 라트비아에서 세 번째로 큰 은행이다.
 
라트비아 수도 리가에 있는 ABLV의 사무소. /블룸버그

라트비아 은행의 감독 기관인 유럽중앙은행(ECB)은 19일(현지 시각) ABLV은행에 전격적으로 거래 정지 명령을 내렸다. 금융 기관에 거래 정지 명령을 내리는 것은 사실상 사망선고에 가까운 강력한 조치다.

지난 13일 미국 재무부가 ABLV은행이 북한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과 연계된 회사를 위해 수십억 달러를 불법적으로 돈세탁 해준 혐의가 있다며 미국 금융망에서 퇴출시키는 조치를 취한 게 발단이었다. 미국 금융시스템 접근이 차단되면 사실상 국제 금융거래를 할 수 없다. 2005년 북한 김정일의 돈줄을 묶었던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과 지난해 중국 단둥은행에 취해진 것과 같은 조치다.

미국 재무부의 조치에 돈줄이 막혀버리자 상당수 고객이 ABLV은행과 거래를 끊었다. 이후 불과 일주일 새 재무 상태가 급격하게 나빠졌고, 이에 ECB가 금융시스템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사전에 거래·지급 정지 명령을 내린 것이다.
 
ECB는 성명을 내고 “최근 며칠 새 ABLV의 재무 상태가 급속하게 나빠졌다”고 이번 조치의 배경을 설명했다.

또한 라트비아 중앙은행은 지난 19일 ABLV은행에 9억75000만유로의 긴급 자금을 투입했다. 미국의 제재로 인해 당국의 지원을 받아야 할 만큼 자금 사정이 어려워진 것이다.

ABLV은행은 이날 성명을 내고 “미국, 라트비아 당국과 협조하고 있으며, 제기된 모든 문제를 최대한 이른 시일 내 해 결할 것”이라고 했다.

이와 별도로, 일마르스 림세빅스 라트비아 중앙은행 총재는 반부패 척결기구인 KNAB에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 LETA통신 등 현지 언론은 림세빅스 총재가 북한과의 연계 가능성을 숨기기 위해 라트비아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건넸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라트비아 당국은 구체적 혐의가 무엇인지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2/20/201802200056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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