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남북정상회담·방위비 협상… 민감한 안보사안 쌓여있는 상황
대북정책 이견에 통상 앙금 겹치면 치러야 할 대가, 예상외로 클 수도
北은 한미동맹 갈라놓으려는 듯 노골적인 '통남봉미' 전략 고수
 

한·미 통상 마찰의 불씨가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문제로 옮겨붙을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청와대는 "안보와 통상은 별개"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한국의 대북 정책에 대한 미국의 우려에 통상 마찰에 따른 앙금이 더해지면서 양국 간 안보 이슈도 어떤 형태로든 타격받을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한·미 간에는 북핵 협상, 남북 정상회담, 한·미 군사훈련 등 민감한 안보 사안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아산정책연구원은 19일 펴낸 한·미 관계 전망 보고서에서 "안일한 태도로 한·미 관계를 다룰 경우 우리가 치를 대가는 예상외로 클 수 있다"고 했다.

◇북핵 대응… 美 "최대 압박"에 침묵하는 韓

한·미 동맹을 공고히 하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이 될 수 있는 요소는 북핵 문제다. 양국 간 입장 차로 북핵 대응·공조 체제에 균열이 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리 정부는 북·미 대화를 중재하고 이를 추동력 삼아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며 북핵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협조를 얻는 것이 우선 과제다. 하지만 한·미 간 안보 소통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는 19일에도 "아직 한·미 정상 통화는 예정돼 있지 않다"고 했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18일 방영된 미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지금 대화하라고 (북한을) 설득하기 위해 당근을 쓰지 않고 커다란 채찍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틸러슨 장관이 지난 16일 터키 수도 앙카라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18일 방영된 미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지금 대화하라고 (북한을) 설득하기 위해 당근을 쓰지 않고 커다란 채찍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틸러슨 장관이 지난 16일 터키 수도 앙카라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AFP 연합뉴스
미국은 오히려 북한에 대한 '최대 압박'을 강조하고 있다.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은 17일(현지 시각) "북한 독재 정권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완전히 끝낼 때까지 최대 압박을 계속 가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도 18일 "만약 그들이 (대화가) 준비되지 않았다면 우리는 진행 중인 압박 작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우리 정부는 북한을 의식해 '핵·미사일'이나 '비핵화' 언급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북한은 노골적 '통남봉미(通南封美·한국과 통하되 미국에 문을 닫음)' 전략을 꺼내들었다. "미국과는 대화할 생각이 없다"며 한·미 양국을 갈라놓는 모양새다.

전직 외교부 간부는 "미국으로선 우리 정부가 핵·미사일 문제를 빼놓고 북한과 대화하려는 것으로도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대미 외교에 신경을 쓰지 않으면 남북 정상회담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위비·군사훈련 등 안보현안 산적

북핵 문제 외에도 한·미 양국 간엔 함께 해결해야 할 민감한 안보 현안이 많다. 당장 다음 달에 시작하는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북한이 주시하고 있는 4월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이 대표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대선 때부터 주한 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대표적 '불공정' 사례로 지적하며 "왜 미국이 막대한 돈을 들여 부자 나라인 한국을 지켜줘야 하느냐"고 했다. 철강 관세와 같은 '돈 문제'라는 맥락에서 미국의 압박이 과거보다 훨씬 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 부차관보는 최근 방위비 분담에 관해 "친구와 동업할 때 관계가 불공평하길 기대하진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현재 우리 정부는 주한 미군 주둔 비용으로 연 9500억원을 부담하고 있는데, 미국은 이번 협상에서 상당한 증액을 요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평창올림픽 때문에 연기된 한·미 군사훈련 재개 여부도 양국 관계의 주요 변수다. 북한이 '완전한 중단'을 요구하면서 재연기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지만, 미국은 "연 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군사훈련 문제뿐 아니라 양국 관계에 따라 전시 작전통제권 전환 문제도 아무런 대비 없이 조기에 거론될 수 있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북·미 대화만 계속 얘기할 것이 아니라, 이른바 '평창 구상'을 포함한 우리의 외교 노선이 뭔지 미국에 똑똑히 설명하고 이해를 얻어야 진정 우리가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2/20/201802200031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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