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기획하고 북한 제작진이 촬영한 TV 프로그램이 광복절 특집으로 방영된다. 북한이 기획·제작한 프로그램을 우리가 입수해서 방영한 적은 많지만, 기획 단계부터 남북이 합작한 프로그램은 처음이다.

KBS 1TV는 15일부터 3일간 밤 10시10분 ‘북녘 땅, 고향은 지금(연출 김한곤)’을 생방송한다. 이 프로그램은 북한 지역을 북한 아나운서들이 찾아다니며 주민들을 만나고, 그 지방 풍물과 이름난 음식, 유명 관광지를 소개하는 내용. 첫 날엔 원산, 둘째 날엔 사리원, 마지막 날엔 함흥 편이 방영된다.

KBS는 지난 4월부터 중국 요녕TV를 통해 이같은 기획을 준비해왔다. 지난 6월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방송한 ‘북한의 여성’ ‘김일성 종합대학’은 요녕TV가 찍었고, 이번엔 요녕TV와 조선중앙TV가 지역을 나눠맡아 촬영했다.

촬영을 의뢰한 지역은 총 12군데. 우선 촬영한 3곳을 광복절 특집으로 방영하고 개성, 해주, 강계, 북청 등 나머지 9곳은 차차 방영할 계획이다. KBS는 촬영대가로 편당 3000만원 가량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첫 날 방영할 원산 편에서는 소나무 숲이 유명한 송도원 해수욕장과, 원산의 별미 가자미냄비탕, 원산 문어잡이 장면을 소개한다. 사리원 편에서는 황해북도 예술단의 봉산탈춤을 보여주고 정방산성과 성불사를 찾아간다.

함흥 편에서는 ‘함흥차사’라는 고사성어가 유래된 함흥본궁과 만세교, 함흥냉면의 명가 신흥관을 소개한다. 각 편마다 북한 아나운서가 진행한 북한 주민 미니인터뷰를 곁들였다.

KBS는 각 편마다 해당지역 실향민들을 스튜디오로 초대, 화면을 보며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KBS 교양국 남성우 주간은 “북한 아나운서나 주민이나 남쪽에서 방영된다는 사실을 알고 촬영에 임했다”면서 “우리가 찍은 것과는 호흡이나 앵글이 조금 달라 어색할 수도 있지만 이런 합작기획을 성사시켰다는데 의미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한현우기자 hwh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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