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 최성국 '여기는 대한민국'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김여정과 악수를 하는데 임종석 비서실장이 함박웃음을 웃으며 지켜보는 사진을 보니 참으로 허탈했다. 이번에 문재인 정부가 북한 사절단에 베푼(또는 바친) 환대는 국민의 분노를 자아냈다. 북한은 계속 핵폭탄으로 우리를 몰살할 듯 시위를 하다가 갑자기 우리가 10년 걸려 준비한 잔치를 자기들 잔치로 하자며 수백명의 식객(食客)을 보냈다.

우리 자원봉사자들은 상한 밥 먹이고 냉골에 재우고 얇은 옷 입혀 혹한에 내놓으면서 김정은 떼거지들은 고급 잠자리에 풀코스 식사를 대접하는 정부가 어느 나라 정부인가? 혹여 국민의 세금에서 그 '환대' 비용 말고도 목돈의 비공개 '조공'도 지출된 것은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 김정은이 정상회담 초대장까지 내밀었으니 앞으로 무슨 꼴을 다 지켜봐야 할까?

그러나 적어도 김정은의 '평양 올림픽'의 꿈은 실현되지 않았다. 박성희 이화여대 교수는 어제 날짜 '조선칼럼'에서 "올림픽의 '크고 화려하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남북한 합동 평화 쇼는 임팩트를 가질 수 없었다"고 논평했다. 그리고 그는 "오히려 '북에서 온 손님'들이 자유를 옷깃에 묻혀 가게 된 것이 다행"이라고 했다. 너무나 옳은 말이다. 그런데 옷깃에 자유를 묻혀 갈 그 손님들의 안위(安危)가 걱정된다.

스탈린은 제2차 세계대전에 서유럽 전투에 참가했다가 전사하지 않고 귀환한 자국 병사들을 이런저런 핑계로 모두 숙청했다고 한다. 소련 사회에 자유의 공기를 전파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마오쩌둥(毛澤東) 역시 한국전쟁에, 제대로 군복도 군화도 지급하지 않(못하)고 총알받이로 투입했던 병사 중에 살아서 귀환한 병사들은 거의 다 숙청했다고 알려지고 있다. 미국의 위력과 선의(善意)를 증언하지 못하도록.

그동안 응원단 등 기타 명목으로 한국에 와서 환대를 받고 갔던 북한 국민은 귀환 후 질시와 감시의 대상이 되었을 텐데 다 무사한지 궁금하다.

탈북자 로서 만화로 탈북민들의 대한민국 정착기를 연재하는 최성국씨의 '자유를 찾아서' 시리즈를 보면, 탈북민들은 국정원에서 적응 훈련을 받는 기간에 개별 조사를 받으면서도 구타가 없으니까 "조사는 왜 안 하나?" "조사는 언제 하나?" 하고 조바심한다. 자유의 얼굴을 모르는 우리의 북한 동포들, 우리 정부가 그들의 노예 상태 연장을 돕는 일은 없어야 할 텐데….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2/12/201802120274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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