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소녀 리꽃님이가 서울에 왔어요”

오는 8월15일 광복절에 남북이산가족 상봉이 이루어진다. 꿈에도 그리던 북쪽과 남쪽의 혈육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그리던 혈육을 한번 만나면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가족, 북쪽의 가족을 그리다가 이미 고인이 된 가족, 색바랜 옛 사진만 보아 왔는데 뜻밖에 살아있어 만날 꿈에 잠을 못이루는 가족 등, 그 사연이 가지가지로 우리의 가슴을 여미게 한다.

이런 그리움의 날에 꼭 맞춘 듯 남북한 어린이가 한 마음으로 읽는 동화 ‘반갑습네다’가 나왔다.

이 동화는 철조망이 쳐진 38선이 없는 동화이다. 우리 어린이들은 어른들보다 빨리 38선도 이념도 날려버렸다. 이 동화의 여행을 떠나보자.

‘이런 눈물’의 형석이는 남한의 형민이와 육촌 형제다. 고아가 된 형석이가 남한에 내려와 살게 되면서 형민이는 부모에게 독차지로 받던 사랑을 형석이에게 빼앗겼다고 생각한다. 형민이는 형석을 미워하며 눈물까지 흘리지만, 따스하게 다가오는 혈육의 정은 속일 수가 없다.

남북한 어린이들이 한 반이 된다면 제일 먼저 부딪치는 문제는 무엇일까. 언어일 것이다. 이런 문제를 다룬 것이 ‘가나다 지킴이’이다. 재미있고 우습게 느껴지는 북한의 순수한 말을 동화 속에서 이야기로 녹이고 있다. ‘찢어진 청바지는 꿰매야 해’는 평양소녀 리꽃님이가 서울 이모 집에 와서 보고, 겪게 되는 에피소드다.

그러나 이 에피소드는, 자본주의 상징적인 패션 청바지를 웃음거리로 만들고 있다.

자유라는 것은 정말 목숨과도 바꿀 수 있는 것일까. 조금만 더 참으면 좋은 날이 올 것을, 그들은 왜 참지 못하고 총을 맞으며 두만강, 압록강을 건넌 것일까. ‘빛바랜 운동화’는 그 자유가 무엇인지에 해답을 주고 있다. ‘이쁜이 할머니 시집가는 날’은, 남북으로 헤어진 지 50년 동안 서로 그리워하며, 총각·처녀 할아버지로 늙은 융이와 이쁜이가 드디어 결혼식을 올린다. 천만 이산 가족이 다 만난다면 이런 일이 왜 없을까. 헤어진 가족을 그리다가 눈을 감은 분들은 그 한을 어떻게 풀어드릴까. ‘먼지투성이 허수아비는 어디로 갔을까’에서는, 오랜 세월 헛간에 처박힌 허수아비가 어느 날 신문을 보고 경원선 열차를 탄다. 북쪽 하늘을 그리다가 돌아간 주인의 옷과 신발을 신은 허수아비가 주인으로 환생한 것이다.

남쪽과 북쪽으로 헤어진 가족과 고향의 사무친 그리움이 어떤 것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국내 유명 동화작가 열 다섯명이 참여해 만든 이 동화집을 읽으며 남북의 어린이들은 새와 바람, 구름이 하늘을 마음껏 흘러가듯, 한마음으로 우리의 푸른 하늘을 마음껏 날 것이다.

/이상배·동화작가·아동도서전문기획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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