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 알렉시스 드 토크빌 '구체제와 프랑스혁명'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에 '제왕적 대통령' 권한 축소를 위한 개헌을 한다고 공약했기 때문에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난데없이 헌법 전문에 있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자유'를 삭제한다니까 불길한 생각이 든다. 실수로 빠뜨렸다는 해명이 있었지만 역사 교과서 수정 지침에도 '자유민주주의'를 '민주주의'로 수정하라고 했으니 실수는 아닌 것 같다. '자유'는 민주주의의 필요조건인데 이 무슨 개념의 유희인가?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가 빠지면 어떻게 될까? 지구상에는 '인민민주주의'라는 괴물이 있다. 인민에게서 자유를 박탈하고 억압·학대하는 무자비한 반(反)민주주의, 독재의 가면이다. 자유를 사랑하는 대한민국 국민을 총칼과 채찍과 '교화소'의 위협으로 '인민민주주의'에 길들일 수 있을까? 불가능할 듯하지만 강건하고 기개 높은 우리의 북녘 동포도 길들여지지 않았는가. 확실한 것은 언필칭 '인민민주주의'하에서는 '촛불 혁명' 같은 민중 항쟁은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촛불 혁명은 박근혜 정부가 국민을 무자비하게 탄압한 독재 정권이어서가 아니고 국민을 통제할 능력을 상실한 허약한 정권이었기 때문에 일어났다. 4·19혁명도 이승만 '독재'가 빈틈이 많고 표독하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났고, 프랑스의 정치학자 토크빌의 고전 '구체제와 프랑스혁명'에 따르면 프랑스혁명도 직접적인 원인은 부르봉 왕조의 무자비한 억압이 아니었다. 오히려 선대와 달리 선량하고 유약했던 루이 16세 치하에서 철권통치가 대폭 약화되어서 자유를 맛본 민중이 간헐적인 통제나마 견디기를 거부했기 때문에 일어났다고 한다.

인류에게서 역사의 발전이란 자유의 확대 과정이었다. 서열이나 억압은 인류가 공동생활을 시작한 때부터 늘 있어 왔지만 농경사회부터 인간은 조직적인 계급사회, 즉 불평등 사회에 살았다.

그러나 권력을 잡은 소수가 그 공동체의 힘을 키우면 사회 발전의 모멘텀이 생긴다. 그래서 국부를 창출하고 국력을 신장할 국민의 능력 개발을 위해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신장되었다. 이 자유와 권리의 선순환이 선진국을 창조했다. 북한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의 억압으로 연명하는 체제이다. 우리가 왜 북한 체제를 모방할까 보냐?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2/05/201802050305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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