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기대하는 정부와 '온도차'… 펜스, 천안함 추모비 먼저 방문]

美언론들 "南北대화 개시 전 韓美 협의 안돼 균열 심각"
"펜스 부통령이 평창 가는 건 對北해법 균열 해결 위한 것"

펜스와 김영남 한자리서 만나도 '조우' 차원 넘는 대화는 없을 듯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의 방한(訪韓)을 앞두고 미국에서 한·미 관계와 관련한 경고음이 잇따라 터져 나오고 있다. 남북 대화 개시 전 한·미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을 시작으로 대북 제재 등을 둘러싼 양국 관계의 균열이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평창에서 펜스 부통령과 북한 대표단장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만나 미·북 대화에 물꼬가 트이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미국은 "그럴 일은 없다"는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펜스 부통령은 오히려 방한 기간 중 천안함 추모비를 방문해 강력한 대북 메시지를 발신할 예정이다.

"남북 대화 전 한·미 협의 없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현지 시각) 평창 동계올림픽을 목전에 두고 벌어진 한·미 외교의 난맥상을 자세히 소개했다. WSJ에 따르면 북한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올림픽 참가를 제안하자, 한국 정부는 북한에 대화 제안을 하기 불과 '몇 시간 전에(hours before)' 미국 측에 통보했다는 것이다. 사실상 미국과의 협의가 없었다는 것이다.

WSJ는 "한국이 북한에 접근하면서 미국을 정책 결정에서 배제한 것과 '어떠한 대북 군사행동도 우리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거듭된 요구가 미국 관료들을 특히 실망시켰다"고 했다. 주한 미 대사관의 외교관들은 한국 측 파트너들에게 불쾌감을 표시했다고 한다. 이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국정 연설에서 남북 대화와 성과를 언급하지 않고 대북 제재만을 강조한 것도 역시 양국 간 견해차가 노출된 사례라고 했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달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일본 국가안보국장과 샌프란시스코에서 비공개 회동을 한 것도 한국에 '지속적인 대북 압박이 중요하고, 북한의 이간질 시도에 맞서 단합을 유지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WSJ는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의 칼럼니스트 조시 로긴도 이날 "펜스 부통령의 한국 방문은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를 축하하려는 것이지만, 실제 더 어려운 임무는 대북 해법을 두고 한·미 간에 일어날 수 있는 균열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칼럼은 "펜스 부통령 순방의 숨은 의미는 백악관과 문재인 정부의 신뢰가 가장 낮은 상태에 있다는 사실"이라며 문 대통령의 남북 대화 정책을 그 이유로 꼽았다. 펜스 부통령이 일본을 먼저 들러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회동하는 것도 방한 전 문 대통령에 대한 공동 전선을 펴기 위한 것이란 설명이다.

펜스-김영남, 대화 가능성 낮아

펜스 부통령과 북한 김영남은 9일 열리는 평창 개막식 리셉션 등을 계기로 한자리에 서게 된다. 하지만 미국의 분위기를 볼 때 단순한 '조우' 차원을 넘어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눌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외교 채널을 통해 "리셉션에서 북한 대표단과 동선(動線)이 겹치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밑에서 미·북 회동 성사를 위해 움직이고 있는 우리 정부와 큰 인식의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8일로 예정된 북한의 건군절 열병식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열병식에서 대내외적으로 핵 무력 완성을 과시하는 차원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 '화성-15' 등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미국 본토를 직접 겨냥하는 무기다. 이 경우 대북 기조에 대한 한·미의 간극은 더 벌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펜스 부통령은 천안함 추모비를 찾아 희생자 유가족을 위로하는 일정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평창보다 천안함을 먼저 찾는다. 북한의 도발을 상기시키면서 북한에 대한 '최대의 압박 작전'을 강화할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일정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2/06/2018020600211.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