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4일 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대표로 한 고위급대표단 방문을 기습 통보했다. 우리 측에 평창올림픽과 관련된 주요 일정을 심야에 일방통보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조야(朝野)에서는 이를 두고 각종 해석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를 대놓고 무시한 채 미국에 메시지를 내는 것”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통일부 관계자는 5일 “북측의 김영남 방문 통보는 밤 10시 이후에 이뤄졌다”며 “통지를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곧바로 기자단에게 알렸다”고 했다. 통일부는 4일 밤 11시42분에 문자메시지를 통해 기자들에게 북한 고위급대표단 방문을 고지했다.

북한은 평창올림픽과 관련된 각종 사안을 이같이 야밤에 수차례 일방통보해왔다.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이끄는 예술단 사전점검단의 방남 중지 통보는 예정됐던 방남일(1월20일) 바로 전날인 지난달 19일 밤 10시에 했다. 금강산에서 진행하기로 했던 남북 합동문화공연의 취소를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도 지난달 29일 밤 10시쯤이었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연합뉴스

이 중 금강산 합동문화공연 취소와 이번 고위급대표단 방남은 예정됐던 일정을 5~6일 앞두고 이뤄졌다. 시급한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낮에 통보해도 될 일을 우리 측에 밤늦게 통보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우리나라보다는 미국을 의식해 심야의 일방적 대남 통보를 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고위급대표단 단장 통보는 밤늦은 시간에 급하게 할 이유가 없다”며 “미국에 대화 의지를 보이는 측면으로도 볼 수 있다”고 했다. 미국의 아침 시간대를 겨냥해 메시지를 우리나라에 전달했다는 설명이다.

금강산 합동문화공연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것도 미국을 의식한 행보라는 분석이 있었다. 북한이 합동공연 취소를 통보했을 당시 미국에서는 평창올림픽 개막 전날인 8일 열릴 열병식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이었다.

북한이 단순히 우리나라와의 협상에서 주도권을 쥐었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 심야 통보를 하는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외교부 관계자는 “북한의 외교 정책은 통미봉남(通美封南)을 기본으로 한다”며 “미국과 대화를 위해 우리나라는 그저 거쳐 가는 것일 뿐, 주도권은 자신들에게 있음을 분명히 각인시키 는 것”이라고 했다.

단순히 북한의 의사 결정이 밤늦은 시간에야 이뤄진다는 의견도 있다. 군 관계자는 “조선중앙통신의 메시지가 나오는 시각이 보통 밤이고, 핵실험 등 여러 결정이 오후 늦은 시간에야 이뤄진다는 분석이 있다”며 “김정은 등 결정권자의 결정이 늦어지고 이에 따라 늦은 밤이 돼서야 일선에 전달돼 우리 측에 뒤늦게 통보가 올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2/05/201802050090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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