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 차 주한 미 대사 내정자의 낙마로 미국이 일명 '코피 터뜨리기 작전(Bloody Nose Strike)'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코피 작전'은 북한의 상징적 시설 한두 곳을 정밀 폭격한다는 계획이다. 북한 핵·미사일을 제거하는 게 아니라 북한에 미국의 군사행동 의지·능력을 확인시키는 게 목표다. '목을 따지 않고 코피를 터뜨리는 수준의 공격'으로 북한이 겁을 먹게 해 핵 포기 협상에 나서게 하겠다는 얘기다. 이는 '북한이 섣불리 보복 공격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 하지만 한·미 양국에서는 "다양한 탄도미사일과 장사정포를 보유하고 있는 북한은 반드시 보복 공격에 나설 것이며, 최악의 경우 전면전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 군사행동 의지 보여주는 게 목표"

'코피 작전'은 북한의 고강도 도발이 임박하지 않았더라도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예방 타격(preventive strike)'의 일환으로 간주된다. 적의 공격 징후가 보일 때 타격하는 '선제 타격(preemptive strike)'과는 다르다.

미 정부나 미군이 코피 작전에 대해 구체적으로 공개하거나 인정한 적은 없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미 미국의 폭격 대상이 거론되고 있다. 영변 핵시설, 함북 길주군 풍계리 핵 실험장, 화성-15형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등 각종 미사일을 생산하는 평양 산음동 미사일 공장, 함남 신포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잠수함 기지 등의 일부 시설물 등이다. 하지만 이 같은 핵·미사일 핵심 시설은 즉각적인 북한의 반격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이 피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 때문에 비(非)군사적 상징물이 우선으로 검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외교소식통은 "북한이 1968년 나포해 평양 보통강에 전리품으로 전시하고 있는 미 해군 푸에블로호가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미국은 B-2 스텔스 폭격기, B-1B 폭격기나 F-22·F-35B 스텔스 전투기 등에서 JDAM(합동직격탄) 등을 투하해 이 시설들을 정밀 타격할 수 있다. 이 스텔스기들은 북한의 레이더망을 뚫고 침투해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군 소식통은 "코피 작전은 폭격으로 인한 피해 규모는 중요하지 않다. 미국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은밀히 들어가 폭격을 할 수 있다는 공포심을 김정은에게 각인시키는 것이 핵심"이라고 했다. 정밀폭격 외에 EMP(전자기)탄, 마이크로웨이브탄 등으로 북한 미사일 전자회로를 망가뜨려 발사를 못 하게 하는 방안도 '코피 작전'의 일부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이 보복 안 할 거란 기대는 도박"

'코피 작전'이 미국의 의도대로 진행되려면 김정은이 확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보복 공격에 나서지 못해야 한다. 신원식 전 합참 차장은 "미·중 간에 양해가 있다면 미국이 실제 '코피 작전'에 나설 수도 있다"며 "막다른 골목으로 몰지 않고 퇴로(退路)를 터주면 김정은이 보복 공격 없이 비핵화 대화에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관측에 대한 반론도 많다. 척 헤이글 전 미국 국방장관은 31일(현지 시각) 디펜스뉴스 인터뷰에서 "북한을 공격하려고 하는데 김정은과 북한인들이 보복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면 그건 상당히 큰 도박"이라며 "더 스마트해지자"고 했다. 빅터 차 CSIS 한국석좌도 "(코피 작전은) 적이 이성적일 것이란 전제로 짠 것인데, 김정은이 예측 불가능하고 충동적이고 비합리적이라면 과연 긴장의 고조를 통제할 수 있겠는가"라고 했다.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장사정포는 총 340여 문으로, 시간당 최대 1만5000여 발의 포탄을 우리 수도권에 퍼부을 수 있는 것으로 군 당국은 분석한다. 한국민뿐 아니라 한국 내 거주하고 있는 23만명 미국인이 직접 피해를 보게 된다. 또 백령도·연평도 등 서북도서와 DMZ(비무장지대) 등에 대한 포격 도발, 잠수함정 침투 어뢰 공격, 수도권 등에 대한 테러, 대규모 사이버 공격 등에 나설 수도 있다. 외교소식통은 "동맹국인 한국이 공격받는 것과, 한국 내 미국인이 피해를 보는 것 모두 미국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재앙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코피 작전(Bloody Nose Strike)

본보기 식으로 적 핵심시설 일부를 정밀 타격해 겁을 주는 군사 행동.

☞선제 타격(preemptive strike)

적 공격 징후가 명백할 때 적 공격 직전 또는 공격과 동시에 적을 타격하는 것.

☞예방 타격(preventive strike)

적 공격 징후는 없지만 미래 공격을 사전에 없애려고 적을 타격하는 것. 코피작전도 예방타격에 속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2/02/201802020017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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