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중앙통신이 1일 보도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평양무궤도전차 공장 시찰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조선중앙통신이 1일 보도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평양무궤도전차 공장 시찰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지난 31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미국의 핵전쟁 도발 책동을 완전히 중지시켜 달라. 이 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상정시켜 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일 보도했다.

리용호의 서한 발송은 미국이 일명 '코피 터뜨리기 작전(Bloody Nose Strike)'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북한이 미국의 군사행동이 현실화될 가능성을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이와 함께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로 연기한 한·미 연합 키리졸브·독수리 훈련을 패럴림픽 종료 직후 재개할 뜻을 거듭 밝히고 있다.
 

최근 한 달간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외부 활동이 모두 평양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한반도 주변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리용호는 서한에서 "(미국이) 북과 남이 마주 앉아 평화의 장을 열어나가는 시기에 핵 항공모함 타격단들을 비롯한 전략자산들을 조선반도 주변에 끌어들이면서 정세를 고의적으로 격화시키려 하고 있다"며 "미국은 또한 겨울철 올림픽 경기대회 후 우리 공화국을 반대하는 침략적인 대규모 합동 군사 연습을 강행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앞으로도 북남 관계 개선을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이지만 그에 찬물을 끼얹는 불순한 행위에 대해서는 결코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며 "조선반도와 주변에 핵전쟁 장비들을 끌어들이며 정세를 격화시키고 있는 미국의 책동으로 하여 모처럼 마련된 북남 관계 개선과 긴장 완화의 분위기가 깨어지게 된다면 미국은 그 책임에서 절대로 벗어날 수 없다"고 했다.

이와 관련, 미 핵항모 칼빈슨함은 캘리포니아를 떠나 최근 괌에 도착했다고 일본 지지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미군 스텔스 전투기 F-22 2대도 이날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미군은 지난달 장거리 전략폭격기 B-2 3대와 B-52 6대를 괌에 전진배치하는 등 최근 핵심 전략무기를 한반도 부근에 투입하고 있다. 북한이 매년 4월 25일에 기념하던 조선인민군 창건일을 최근 2월 8일로 당기고 이날 대규모 열병식 준비에 돌입하자 미국에선 "연기해둔 한·미 연합훈련을 평창올림픽 종료와 함께 재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리용호의 서한은 북한 당국이 이 같은 미국의 움직임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음을 시사한다.

김정은의 최근 동선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북한 관영 매체들은 1일 김정은이 평양무궤도전차(버스) 공장을 현지지도했다고 보도했다. 국가과학원(1월 12일), 평양교원대학(17일), 평양제약공장(25일)에 이어 올해 4번째 시찰인데, 모두 평양에서 이뤄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정은은 통상 1월에 평양에만 머물지 않고 군사·경제 등 여러 분야에 걸쳐 10~15차례 정도 외부 활동을 했는데 올해는 횟수도 4회에 불과하고 지역도 모두 평양에 국한돼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이번 겨울 동계 군사훈련 참관도 거의 하지 않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보도했다. 김정은은 2016년 겨울 북한군 도하 훈련과 화력 시범 훈련, 공중 전투 훈련을 잇따라 참관했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2/02/201802020017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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