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인스키 국가대표 상비군들이 강원도 양양국제공항에서 북한 마식령스키장으로 훈련을 떠나기 위해 출경하며 취재진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남북한 스키 선수들이 북한 마식령스키장에서 진행된 합동훈련 첫날 일정을 소화했다. 우리 방북단은 미국과의 조율 문제로 항공 일정이 출발 당일인 31일 아침까지 확정되지 않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북한에서의 일정은 비교적 순탄하게 진행됐다.

방북 대표단은 알파인 스키와 크로스컨트리 스키 선수 각 12명, 임원 및 코칭스태프 7명 등 선수단 31명과 지원인력, 공동취재단 등으로 구성됐다. 방북단을 태운 아시아나항공 전세기는 이날 오전 10시40분경 양양공항에서 이륙, 20여분만에 북한 영공에 진입했다.

방북단이 탄 항공기의 운항을 맡은 차호남 기장은 “지금 막 (북한영공을)통과했습니다. 누군가가 앞서 걸었던 피땀어린 노력으로 이곳에 다시 올수 있게 됐습니다. 굉장히 감격스럽습니다”라고 기내 방송을 했다. 방북단은 오전 11시 55분경 원산 갈마비행장에 도착했다.

갈마비행장에서 마식령스키장까진 버스로 40분 걸렸다. 마식령호텔에 도착한 우리 선수단은 2층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했다. 식사를 마친 뒤, 남북 스키 선수단은 오후 3시부터 4시30분까지 자유 훈련을 진행했다. 우리측 선수들은 국가대표 상비군이나 청소년 대표 등으로 구성됐으나, 북측 선수들은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도 일부 포함됐다.

우리 선수들은 이튿날 오전 북한 선수들과 알파인 스키와 크로스컨트리 스키 공동훈련 등을 진행한 다음 오후 5시쯤 양양공항으로 귀환한다. 돌아오는 전세기엔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북한 스키 선수들도 함께 타고 올 예정이다.
 
알파인스키 국가대표 상비군들이 강원도 양양국제공항에서 북한 마식령스키장으로 훈련을 떠나기 위해 출국수속을 밟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남북은 이번 합동훈련시 북측은 초상휘장(김일성·김정일 배지)을, 남측은 태극기를 각각 달지 않기로 합의했다.
방북단 관계자는 “선수들이 연습 등을 할 땐 번호표를 단다”며 “번호표 위에 초상휘장이나 태극기를 달지 않기로 합의했다. 번호표 외 부분은 합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합의에 따라 이날 훈련에서 우리 선수들은 번호표에 태극기를 달진 않았다.
한 관계자는 “정부가 대한스키협회에 ‘선수들이 태극기나 KOREA가 새겨진 옷 입는 것을 자제시키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안다”고 했다. 또 휴대전화와 노트북 컴퓨터, ‘북한이 오해를 살 수 있는’ 책도 가지고 오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날 태극문양이 그려진 스키복을 입고 훈련에 임한 선수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측 선수들은 마식령스키장 시설에 대해 호평했다. 합동훈련에 참가한 박제윤 선수는 “용평이나 하이원리조트와 비교해봤을 때 크게 부족하지 않았다. 선수 입장에선 굉장히 훈련하기 좋은 스키장이었다”며 “설질이 괜찮고 선수입장에서는 지형 변화가 많고 슬로프의 각이 클수록 좋은데 이 스키장은 그런 측면에 있어 좋은 조건을 갖췄다”고 말했다. 홍인기 알파인스키 감독은 “최근에 만들어진 정선 중봉스키장과 비슷하다. 주로가 길고 중간에 경사가 심하다”고 말했다. 선수들은 마식령호텔에서 먹은 식사도 “너무 잘나온다. 맛있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코스로 진행된 점심 식사는 요리 19개가 나왔다.

첫 만남의 어색함 때문인지 이날 훈련장에서 남북 선수들끼리 대화하는 모습은 보기 어려웠다. 하지만 남북 선수들은 곤돌라를 타고 정상에 올라가 단체 사진을 찍으며 “우리는 하나다”라고 외쳤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1/31/201801310297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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