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평창회담]

北선수·응원단은 경의선 육로, 예술단은 판문점 통해 南으로
마식령 공동훈련땐 동해선 이용
 

남북이 17일 실무 회담에서 합의한 '금강산 남북 합동 문화행사'는 평창올림픽 개막식 전야제 성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통일부는 "개막식 하루 전날은 다른 행사들이 있기 때문에 그것과 상충되지 않게 하겠다"고 했다.

정부가 개막식을 불과 20여 일 앞두고 금강산 전야제를 제안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평창 구상에 따른 것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 전인 작년 1월 "평화올림픽을 만들어낸다면 남북 관계를 정상화하고 금강산 관광을 빠른 시일 내에 재개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금강산에서 (평창과) 동시에 전야제를 하면 세계적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제안을 두고 2008년 7월 한국인 관광객 박왕자씨가 북한 군인 총격으로 사망한 이후 중단된 금강산 관광 재개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이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금강산 문화행사는 금강산 관광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금강산 관광은 북핵 문제 진전이 있어야 검토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문정인 대통령 특보 등은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수 있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혀왔다. 북한도 관광 재개를 계속 요구하고 있다. 2007년 한 해 북한은 금강산을 통해 관광 수입(2038만달러)과 한국 관광객이 현지에서 쓴 돈으로 총 5000만달러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은 금강산 관광 재개가 '유엔 안보리 제재 위반'이라는 입장이다.

이날 남북은 또 북한 선수단과 대표단·응원단 등의 이동과 관련 '경의선 육로'를 이용하기로 합의했다. 평양~개성~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파주를 잇는 경로다. 이 길은 2016년 2월 개성공단 전면 중단 이후 도로 운행이 중단되기 전까지 서울에서 개성공단으로 오가던 우리 쪽 인원이 사용했다. 이날 경의선 육로 이용은 북한이 먼저 제안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북한이 굳이 이 길을 고집한 것은 개성공단 재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북한은 지난 15일에 우리 쪽에 140명 규모의 예술단을 판문점을 통해 보내겠다고 통보한 바 있다. 또 남북이 이날 합의한 마식령 스키장 남북 공동 훈련에는 '동해선 라인'(원산~고성~속초~평창)이 이용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판문점과 동서(東西) 육로 3곳이 모두 열리게 되는 셈이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전례 없는 규모의 인원을 판문점, 서해 육로 등으로 나눠 보냄으로써 평창올림픽을 다양하게 활용하려 하고 있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1/18/201801180011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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