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우리 대표단이 방북해 북 마식령 스키장 등을 살펴본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남북대화는 잘하면 북핵 해결의 징검다리가 될 수 있다. 현 상황에서 올림픽이 끝나면 북핵 위기의 현실을 곧바로 다시 마주하게 된다. 여기서 남북대화의 채널이 열려 있다는 것은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그 대전제는 강력한 대북(對北) 제재를 그대로 준수함으로써 김정은으로 하여금 다른 계산을 할 수 없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정은이 평창올림픽 참가를 결정한 것 자체가 대북 제재를 무력화시켜 보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지금의 남북대화를 가능케 한 것이 바로 대북 제재였다. 서울대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대북 무역 제재의 실효성 지수가 1~2월에는 10점도 안 됐지만, 12월에는 60점에 근접했다. 이 정도 제재만 흔들림 없이 계속해서 밀고 나가면 북핵을 해결하는 길이 열릴 수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 정부가 북과의 교류에 집중하는 사이 미국과 일본은 대북 제재가 이완되지 않도록 쉼 없이 움직이고 있다. 미국은 최근 중국 소유 선박들이 북 항구에 입항할 때 선박 자동식별장치를 끄는 수법으로 북한산 석탄을 밀거래하는 모습을 포착했다. 일본은 20일 북 유조선과 도미니카 선적 유조선이 상하이 앞바다에서 물건을 옮겨 싣는 장면을 해상 자위대 초계기를 통해 파악했다.

우리는 한·미 연합훈련을 연기했는데, 북은 평창올림픽 하루 전에 급조된 '건군절' 열병식을 개최키로 했다. 평창올림픽을 깔고 앉아 세계에 보란 듯이 김정은이 한반도의 주역이라고 선전하려는 것 이다. 미 CIA 국장은 23일 "북이 미사일로 미국 본토를 타격할 능력을 갖추는 데까지 몇 달밖에 남지 않았다"고 했다. 그의 말을 흘려들어선 안 된다. 평창올림픽과 관계없이 북핵 시계의 초침은 돌아가고 있다. 북핵을 없애 평화를 지키려면 김정은 앞에 '비핵화 협상'과 '대북 제재' 두 길밖에 없어야 한다. 김정은은 우리 정부 태도를 보고 판단할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1/23/201801230325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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