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의 남과 북] 현송월 1박2일 일정마치고 北복귀

국립극장서 "조명 어디있습네까"… 강릉아트센터선 잔향까지 확인
커피 권하자 "아메리카노 좋다" "마스크 쓴 사람 왜 많냐" 묻기도
1박 숙박비 65만원 5성호텔에 한우로 메뉴 대체… 과잉 논란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의 서울 공연장은 서울 중구에 위치한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이 유력한 것으로 22일 알려졌다.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은 방한(訪韓) 이틀째인 이날, 1563석 규모인 해오름극장을 1시간 넘게 체크했다. 다른 후보인 잠실학생체육관과 장충체육관에선 15분가량씩 머물렀다. 통일부 관계자는 "오래 둘러본 국립극장에서 공연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했다. 국립극장은 1985년 이산가족 고향방문단·예술공연단 교환 방문, 1990년 남북 음악인 합동공연 때 북한 예술단이 공연했던 곳이다. 강릉 공연장은 강릉아트센터로 사실상 확정됐다.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을 비롯한 북한 예술단 사전 점검단 일행이 22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 해오름극장의 내부 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을 비롯한 북한 예술단 사전 점검단 일행이 22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 해오름극장의 내부 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삼지연관현악단 공연에 관해 이날 문화체육관광부는 "공연 티켓을 판매할 계획은 없고 초대 위주로 갈 것"이라며 "공연장 결정 이후 일반인 초대 인원도 정해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연 재원(財源)에 관해선 "과거 관례대로 남북교류협력기금에서 충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현송월은 이날 워커힐호텔에서의 환송 만찬을 끝으로 1박 2일 일정을 마치고 오후 9시 53분 파주 남북출입사무소를 통과해 북한으로 돌아갔다.

◇해오름극장서 1시간 머물러

전날 강릉에서 하룻밤을 잔 현송월 일행은 이날 오전 9시 14분 임시 편성된 KTX를 타고 오전 11시 5분쯤 서울역에 도착했다. 강릉역에서 현송월은 "강릉 시민들이 환영해주는 걸 보니 공연을 성과적으로 마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KTX에선 "왜 이렇게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이 많으냐"고 물었고, 미세 먼지 때문이란 우리 측 설명을 들었다.
 
22일 오전 현송월 등이 전날 숙박했던 강릉 스카이베이 경포 호텔에서 조식을 먹는 모습.
22일 오전 현송월 등이 전날 숙박했던 강릉 스카이베이 경포 호텔에서 조식을 먹는 모습. /고운호 기자
서울역에 도착한 현송월은 버스를 타고 잠실 롯데호텔로 이동해 점심을 먹었다. 전날 점심(한식), 저녁(양식)에 이어 이날 점심은 중식 코스 요리였다. 맵다는 직원의 설명에도 짬뽕을 주문한 그에게 짜장면까지 서비스로 제공됐다.

이동할 때는 늘 경찰 호위를 받았고, 얼굴 노출 때마다 시민들의 스마트폰 플래시가 터졌다. 한 시민이 "민족의 이름으로 뜨겁게 환영한다"고 외치자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기도 했다.

현송월은 이날 오후 2시 20분쯤 해오름극장 무대 주변을 돌며 "조명은 어디 있습네까" "음악을 들을 수 있습네까. 관현악, 관현악으로…"라며 음향·조명시설을 꼼꼼히 체크했다. 관현악으로 편곡된 '아리랑'을 1분 30초쯤 듣던 현송월이 "됐다"고 하자 음악이 멈췄다.

우리 측 관계자는 "(현송월이) 어제는 강릉아트센터 대강당에 들어서자마자 느닷없이 박수를 쳤는데, 알고 보니 잔향(殘響) 확인을 위한 것이었다"며 "VIP실로 가자고 했더니 '나는 VIP실 말고 이렇게 객석에서 무대를 바라보는 게 좋다'고 해 객석에서 티타임을 가졌다"고도 했다. 또 전날 강릉에선 우리 측 관계자들 사이에서 "강릉이 커피로 유명한지 몰랐다"는 말이 나오자, 그는 "하하" 웃으며 "여기 살면서 그것도 몰랐느냐. 우리랑 같이 다니며 많은 걸 배운다"고 농담을 했다. 우리 측이 "아메리카노 한 잔 하시겠느냐"고 하자, 현송월은 "아메리카노 좋습네다"라고 했다.

◇전 일정 특급호텔서 진행

1박 2일 동안 현송월 일행에게 '지나친 대접'을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서울역 일대에만 1600명 넘는 경비 인력이 동원됐고, 강릉부터 서울까지 최고급 호텔에서만 숙식이 제공됐다. 이들을 위해 강릉 5성급 호텔 3개 층을 비우고 통제했다 . 현송월이 숙소로 쓴 스위트룸은 하루 숙박비가 65만원이다. 전날 저녁과 이날 점심은 1인당 13만원대였고, 일부 식당은 그를 위해 미국산 소고기를 한우로 대체하기도 했다. 현송월 일행은 전날 저녁을 먹은 식당에 '우리가 온 오솔길이 북남 단합과 통일의 대통로가 되기를 바란다'는 방명록도 남겼다.

정부는 이들의 체류비를 남북교류협력기금에서 쓴다는 방침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1/23/2018012300316.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