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를 거쳐 방북한 우리측 ‘금강산·마식령스키장 사전점검단’이 방문할 예정인 갈마비행장은 원래 공군기지였으나 2013년부터 대대적으로 공사해 현대식 공항으로 탈바꿈했다. 우리 쪽 사전 점검단은 갈마비행장을 방문해 남북 합동훈련에 참여할 스키선수 등이 항공편으로 이동할 수 있는지 점검할 예정이다.

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에서 마식령스키장까진 육로로 170여km 거리다. 서울에서 평창까지 거리와 비슷하지만 도로 사정이 우리와 같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폭설 등 기상이 나쁠 경우, 도로에서 상당한 시간을 보내야 할 수도 있다. 반면 항공편을 이용하면 갈마비행장에서 마식령스키장까지 거리가 30여km밖에 되지 않아 훨씬 편리하다.

정부는 가능하다면 하늘길을 이용할 계획이다. 천해성 통일부 차관은 지난 17일 실무회담 결과 브리핑에서 “점검 결과 (항공편이)가능하다면 공동 훈련하는 우리 일행이 공항을 이용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기 위해서 방문 의사를 표명했고, 북측도 동의했다”고 말했다.
 
금강산 합동문화행사와 마식령스키장 공동훈련 협의를 위한 남측 선발대가 오는 23일 동해선 육로를 통해 방문할 예정인 가운데 선발대를 기다리는 동해선남북출입사무소의 출경게이트가 19일 굳게 닫혀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갈마비행장을 이용할 경우,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미국은 북한에 들어간 항공기와 선박은 북한을 떠난 지 180일(6개월) 동안은 미국에 착륙이나 기항하지 못하도록 하는 대북 독자 제재를 시행 중이다. 국내 항공기의 북한 공항 이착륙 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저촉 여부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실제로 북한은 갈마비행장을 현대식 공항으로 리모델링한 후에도 이 지역에서 군사 훈련과 미사일 발사 등 군사 활동을 벌여왔다.

2015년 7월 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갈마비행장에서 군인을 사열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조선중앙TV는 “(김정은의)전용기 ‘참매-1호기’가 갈마비행장 상공을 날며 조선인민군 항공 및 반항공군 비행 구분대들에 대한 사열비행을 했다”고 전했다.

북한은 이듬해 6월 이 지역에서 무수단 미사일을 발사하기도 했다. 북한 군사 전문가인 조지프 버뮤데스는 북한 전문 웹사이트인 '38노스'를 통해 발표한 기고문에서 “북한이 지난 6월 22일 발사에 성공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0’은 북한 매체에 공개된 사진과 상업위성 사진을 비교 분석해본 결과, 강원도 원산의 갈마 국제공항에서 발사됐다”고 밝혔다. 버뮤데스는 “갈마공항은 원산에 위치한 기존 공군기지를 현대식 민간 비행장으로 바꾸는 마지막 단계에 있으나 최근 건설된 대형 미사일용 이동발사대(TEL)도 갖추고 있다”며 “북한이 향후에도 갈마공항과 함께 호도반도의 관련 시설을 실탄 포사격과 로켓, 미사일 시험에 이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2017년 4월엔 김정은이 참석한 가운데 사상 최대 규모의 군종합동타격시위가 이곳에서 진행됐다. 김정은은 이날 오전 10시 강원도 원산의 갈마비행장에 도착해 박정천 포병국장(육군 상장)의 영접보고를 받은 뒤 해군과 항공·반항공, 육군의 포병 무력을 사열했다

2017년 6월에는 20대 안팎의 전투기가 갈마비행장에 배치된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프랑스 국가우주연구센터(CNES)와 에어버스사 인공위성이 촬영한 위성사진엔 갈마비행장에 전투기 20여대가 배치된 모습이 포착됐다고 미국의소리(VOA)가 보도했다. VOA는 “2015년 갈마공항 개장 이후 ‘에어쇼’ 때를 제외하면 대규모 전투기가 포착된 적이 없다”며 “북한이 이곳을 군사 용도로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갈마비행장과 관련해선 한때 김정은 위원장의 현지 지도를 앞두고 폭발물이 발견됐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2015년 10월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평양소식통을 인용해 “(갈마비행장에서) 폭발물이 10월 6일 발견됐다. 이로 인해 10월7일 이곳을 찾으려던 김 제1비서의 시찰이 전면 중단됐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폭발물은 공항청사 내 안내대의 천정에서 발견됐으며 북한 건설 현장 등에서 사용되는 200g 짜리 폭약 100개가 한 상자에 담겨있었다. 이 소식통은 “김 제1비서의 시찰을 앞두고 노동당 조직지도부 행사과의 지시를 받아 보위부가 진행한 검열에서 폭발물이 발견됐다”며 “이에 앞서 한차례 검열을 진행했던 호위총국은 폭발물을 찾아내지 못해 무거운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우리 측 정보기관은 ‘사실이 아닐 것’이라고 판단했다. 당시 국회 정보위원장이었던 주호영 새누리당 의원은 “보도가 있은 다음날인 10월 7일 김정은이 나진 수해복구 지역에 방문했다. 6일에 이러한 일(폭발물 발견)이 있었다면 7일 현지 지도도 취소되고 갈마비행장도 폐쇄되는 조치가 있었을 텐데 그러한 사실이 없었다”며 “사실이 아닐 확률이 높다는 것이 우리 정보 기관의 판단”이라고 밝혔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1/23/201801230135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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