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전문가' 주펑 난징대 국제관계연구원장 인터뷰]

北, 남북대화로 韓·美 이간질… 20여 년간 같은 방식 되풀이
국제사회에 화해 제스처 과시, 한국 호의 의지해 제재 풀려는 것
경제협력 섣불리 약속해선 안 돼
북핵, 대화로 풀 가능성 사라져… 정권교체·내부사태밖엔 길 없어
 

주펑(朱鋒)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와 남북 대화에 대해 중국은 "국제사회에 기쁜 소식"이라며 환영 일색이다. 그러나 중국 난징(南京)대 국제관계연구원장인 주펑(朱鋒·사진) 교수는 지난 19일 본지 인터뷰에서 "북한의 화해 제스처는 지난 20여 년간 늘 되풀이돼 왔던 것"이라고 했다. 그는 "북한의 의도는 제재 압박을 와해시키려는 것"이라며 "북한은 머지않아 기존의 강경·대립 노선으로 회귀할 것"이라고 했다. 주 교수는 북핵 문제 해법에 대해 "북한 정권의 교체나 내부의 격변 사태 외에 길이 없다"고도 했다.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와 국제전략연구센터 부소장을 역임한 주 교수는 중국 내 대표적 미·중 관계 및 한반도 전문가다.

―한국과 대화에 나선 북한의 의도를 뭐라고 보는가.

"국제사회를 향해 '핵 타격 능력을 가진 북한은 그 이전보다 훨씬 평화적이고 선의를 가진 북한'이라는 걸 과시하고 이를 통해 제재와 고립의 압력을 와해시키려는 것이다. 한편으론 다른 국가들로부터 도움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의 호의에 의지해 돌파구를 열어보려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대화를 하면서도 제재·압박은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반드시 그래야 한다. 국제사회의 압박이 이번 남북 대화를 이끌어냈다는 점은 분명하다. 북한의 핵 협박과 벼랑 끝 전술은 더 이상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미국이 '도발만 중단하면 대화할 수 있다' 했는데 왜 북한은 응하지 않나.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거나 최소한 핵 동결을 대가로 미국과 관계 정상화를 끌어내기를 원한다. 하지만 미국은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는 조건하에서만 제재 완화와 관계 정상화를 고려할 것이다. 그 점을 잘 아는 김정은은 남북 대화를 통해 한·미 간을 이간시키고 그 틈을 활용해 미국에 압력을 가하려는 것이다. 지난 20여 년간 북한이 늘 해왔던 방식이다."

―한국은 어떻게든 대화를 이어가 북핵 실마리를 풀겠다는 생각인데.

"한반도 교착 상태를 타개하려는 한국 정부의 노력과 의지는 평가할 만하다. 문제는 김정은 정권이 평창 이후 핵 문제에 있어서 실질적인 변화를 보여줄 것이냐는 점이다. 그 점에 있어서는 매우 회의적이다."

―한국이 미·북 대화의 물꼬를 트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인도주의적 지원이나 유엔 대북 결의를 위반하는 경제 협력을 섣불리 약속해선 안 된다. 절대 핵을 가진 북한을 용납할 수 없다는 점과 어떠한 지원도 비핵화와 관련해 실질적 조치가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점도 분명히 해야 한다. 북한이 또다시 핵·미사일 도발을 한다면 엄중한 대가가 따르고 대북 햇볕정책을 되살리려는 문재인 정부의 정치적 동력도 사라진다는 점을 확실히 못 박아야 한다."

―북의 추가 도발 가능성을 어떻게 보나.

"북한은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보유 사실을 받아들이도록 하기 위해 핵·미사일 실험을 계속할 것이다. 미국이 비핵화 원칙을 고 수한다면 북한은 평창 대회가 끝난 뒤 머지않아 기존의 강경·대립 노선으로 회귀할 것이다."

―대화·협상을 통한 비핵화가 가능한가.

"남북 관계만 본다면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대화·협상을 통한 북핵 해결 가능성은 이미 사라졌다고 생각한다. 국제사회의 협력을 통한 북한 정권의 교체 아니면 북한 내부의 격변 사태, 두 가지 길밖에 없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1/23/201801230032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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