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대변인은 22일 '현송월이 말하거나 웃는 장면은 찍거나 공개하면 안 된다는 (남북) 합의가 있었나'란 기자들의 질문에, "북측에서 그런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언론 자유가 말살된 북한 왕조에서나 있을 수 있는 황당한 내용이다. 그런데 우리 정부가 북의 이 요구를 거절하지 않은 듯하다. 정부는 현송월 일행 활동 중 누구나 볼 수 있는 장소 외에는 일체의 취재를 막고 정부 촬영 영상만 제공했다. 국정원 직원이 기자들에게 "(현송월이) 불편해하신다. 질문 자꾸 하지 말라"고 했던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통일부는 기자들이 항의하자 22일에야 발언 장면 일부를 공개했다. 정부는 남북 실무접촉 첫 회담에서 비핵화와 관련한 우리 측 보도를 북측이 문제 삼자 다음부터 아예 언론 취재를 막기도 했다.

통상 국가 간 대화 협상에서 중요한 것은 상대 정부의 입장이다. 그러나 유독 북한은 남측 언론 보도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대화의 목적이 대남(對南) 선전 선동과 이간에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북한 선전 기관들은 "괴뢰 보수 언론들의 악선전이 도를 넘고 있다"며 연일 비난하고 있다. 역대 우리 정부는 북의 이런 요구에 대해 '자유 민주 체제에서 언론을 통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지켜왔다. 그런데 이 정부가 그런 기본 입장을 지키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대신 연일 우리 언론에 '협조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14일에는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정치권과 언론도 힘을 모아 달라"고 했다.

청와대의 요청이 북의 비위를 거스르지 말아 달라는 것이라면 받아들일 수 없다. 지금 정부는 북의 비위를 잘 맞춰주면 김정은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 대화를 통해 우리가 얻으려는 목표는 북핵 폐기다. 전 세계 역사에 자기들 비위 맞춰준다고 핵무기 같은 전략 자산을 포기한 나라는 하나도 없다. 북한이 남북대화로 얻으려는 건 대북 제재 무력화와 핵 인정이다. 최근 남북을 보면서 국제사회는 누가 누구 작 전에 말려들어 가고 있다고 보겠나.

미국 등 6·25 참전국들은 최근 '해상 통제를 포함한 철저한 대북 제재 실천'을 재확인했다. 세계가 모두 북한을 바꿀 수 있는 길은 강력한 제재 외에 없다고 보고 있고 실제가 그렇다. 한국 정부는 북이 '비핵화 대화' 아니면 '대북 제재'밖에 없다는 현실을 절감하게 해야 한다. 북 비위 맞추기는 그 반대로 가는 길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1/22/201801220264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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