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9월 28일 부산 다대포항에 북한 선박 만경봉 92호가 닻을 내렸다. 북한이 부산아시안게임에 보낸 여성 응원단 290명이 타고 있었다. 키 165㎝가 넘는 대학생과 예술인 위주로 뽑은 응원단은 초승달 눈썹에 하얀 얼굴, 화려한 외모로 눈길을 끌었다. 나무 '짝짝이'로 박수를 치고 일사불란하게 구호를 외치는 모습이 신기했던지 몇몇은 인터넷에 팬클럽이 생기기도 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우리 응원단의 의상과 몸치장은 온 남녘땅의 유행으로 전파됐다"고 주장했다.

▶이때 맛 들였는지 북한은 이듬해 8월 대구유니버시아드대회에도 300명 넘는 응원단을 보냈다. 이번에는 좀 달랐다. 하루는 비가 내렸는데, 응원단이 "장군님이 비를 맞고 계시다"고 울먹이며 김정일 사진이 인쇄된 거리 플래카드를 떼어갔다. 북한이 도대체 어떤 체제이길래 주민을 이렇게 만들었는지 착잡해하는 국민이 많았다. 
 
[만물상] 현송월 행차

▶어제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강릉행 KTX를 타기 위해 서울역에 왔을 때 경찰 9개 중대 720명이 경호를 펼쳤다. 이날 그는 대한민국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과 관련해 최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인물이었다. 네티즌들은 "임금님 행차도 아니고 이게 무슨 난리인지…" 하고 어이없어했다.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20일 북한의 일방적 대표단 파견 중지에 대해 유감 표명 한마디 하지 않았다. 오히려 국내 언론 탓을 했다. "일부 언론에서 과도하게 추측성 보도나 비판적 보도를 하는 것"이 북한을 자극했다는 취지였다. 현송월 일행에게 방문 소감을 묻는 기자들에게 국정원 관계자는 "불편해하신다. 질문 자꾸 하지 말라"며 막았다. 이렇게 알아서 기니 북 노동신문은 "역대 최악 비인기 대회를 우리가 구원해줬다"고 큰소리친다. 자기들 선수 참가와 응원단 파견을 '아량'이라고 한다. 20년간 피땀 흘려 유치한 평창올림픽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됐나 싶다.

▶북한 예술단 140명과 응원단 230명이 내려오고 여기에 국내 좌파 세력들과 합세해 경기장 과 공연장을 휘젓는 광경을 생각하면 기가 막힌다. 외신들은 이미 "평창올림픽이 김정은의 축제가 되고 있다"(프랑스 경제지 레제코)거나 "김정은이 올림픽 챔피언처럼 행동하고 있다"(AP통신)는 반응이다. 하지만 김정은이 '아버지 잘 만난 독재자' '뚱뚱한 금수저'라는 걸 간파한 우리 2030세대들이 북(北)의 기만극에 넘어가지 않고 평창올림픽을 지킬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1/21/201801210177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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