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화폐 규제·南北 단일팀 등 젊은 층, 정부와 기성세대 不信
1980~2000년 출생한 세대는 수평 소통과 작은 규칙 중시
5060세대 학습시키며 現 정부에 계층상승 사다리 복원 역할 기대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60%대로 떨어졌다. 지난 19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조사 결과다. 작년 9월 넷째 주 조사 이후 4개월여 만의 60% 진입인데, 불과 일주일 사이 6%포인트가 빠졌다. 50대 이상보다 40대 이하에서 하락 폭이 컸다. 40대에서는 무려 9%포인트가 빠졌다. 20대와 30대는 6~7%포인트이다. 정부의 가상 화폐 규제 정책, 평창 동계올림픽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 방침 등에 대한 젊은 세대의 반발이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조율되지 않은 정부의 가상 화폐 거래소 폐지 입장은 2030세대의 즉각적인 반발을 불러왔다. '마지막 남은 계층 상승 사다리를 폐쇄하려는 것'이라는 성토가 나왔다. 부동산이나 주식으로 돈 잔치 벌인 기성세대가 가상 화폐 투자로 돈 벌어 보려는 젊은 층의 밥상을 걷어찬 꼴이라는 격한 반응이 나왔다. 리얼미터의 지난주 조사를 보면, 가상(假想) 화폐 거래소 폐쇄 찬성 비율은 50대의 경우 52%였으나 20대는 46%, 30대의 경우 44%에 그쳤다. 2030세대의 절반 이상이 화끈한 규제보다는 신중한 대응을 주문한 것이다.

정부의 남북 단일팀 추진 방침에 대해서는 2030세대의 전열(戰列)이 훨씬 견고하다. 지난주 한국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남북 단일팀 구성에 대한 반대 의견은 40대가 68%였지만, 2030세대의 경우 82%로 매우 높은 수준이었다. 단일팀 구성은 공정하지도 정의롭지도 않다는 것이다.

북한 선수들은 '낙하산 응시생'에 비유되고, 촛불 민심 정부가 하루아침에 '갑(甲)질 정부'로 낙인찍혔다. 반면 남한 선수들은 2030 자신들의 처지에 빗대어 '을(乙) 중의 을'로 묘사됐다.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던 현 정부의 입장은 설 곳을 잃게 되었다.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박상훈 기자
이 두 가지 현상은 공통점이 있다. 정부와 기성세대에 대한 불신(不信)이 강하게 깔려 있다는 점이다. 위험을 감수하려는 젊은 세대의 용기를 왜 투기 욕구로 손쉽게 치환하는지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2030세대가 왜 비트코인에 대한 집단적 열광에 빠져 있는지 기성세대는 이해할 능력도 의지도 없다는 판단이다.

공정한 경쟁에 대한 요구를 왜 평화와 역사라는 이름으로 묵살하는지, 대통령이 하라면 군말 없이 따르는 것이 국민 된 도리인지 을의 심성으로는 헤아릴 수 없다는 것이다.

1980년 초부터 2000년 초까지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는 대의명분과 거대 스토리에 생리적인 거부감을 갖고 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으려는 유목민적인 습속이 있다. 수직적인 위계를 경계하고 수평적인 소통을 중시한다. 정해진 규칙에 따르기보다는 자기 주도적으로 게임의 룰을 만들고 싶어 한다.

직급을 단순화하고 '~님'으로 호칭을 바꾸는 기업들의 최근 움직임은 밀레니얼 세대의 이러한 특성을 염두에 둔 개혁 조치이다. 한국의 밀레니얼들은 정유라의 대학 부정입학에 분노하면서 민주주의를 향한 광장 촛불을 지폈다. '공정'과 '정의'는 밀레니얼의 정체성을 축약하는 두 개의 키워드다.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 하락이 심상치 않은 이유는 2030세대의 목소리가 공허한 외침에 그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탈(脫)권위주의 배격을 목놓아 외쳤던 50대의 감성에 효과적으로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1987'에 눈물 흘리는 50대는 권위주의에 온몸으로 맞섰던 이른바 386세대로 2030의 부모 세대이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듯, 촛불광장에서 부모와 자식이 한데 어우러졌듯, 이 두 세대가 함께 권위주의적 국정 운영 방식에 대한 불편함을 공유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곧 5060세대는 블록체인에 대해 학습시켜준 2030세대에 감사를 표시할 것이다. 가상 화폐 중 하나인 이더리움에 대해 알려주고 투자를 권장한 아들의 권고를 듣지 않은 것에 대해 후회할지 모른다. 평화와 통일보다 '을'을 배려하고 일상의 작은 규칙을 존중하는 게 더 소중하다는 깨닮음을 얻게 될 것이다.

2030세대는 정부가 아이스하키 코치와 선수들 입장에서 남북 단일팀 문제에 접근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애써 쓴웃음을 감추며 대통령과 사진 찍는 데 시간을 보내야 하는 선수들의 모습에 민망해하고 있다. 가상 화폐 청년 투자자들과 만나 그들의 간절함에 공감을 표시하고 합리적인 투자 방안을 모색해 주길 기대하고 있다. 굳게 닫혔다고 믿는 계층 상승 사다리가 언젠가 복원되기를, 현 정부가 그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1/21/2018012101769.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