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의 남과 북]

평창 참가 속내 드러낸 北… '제재 해제로 보답하라' 메시지

마식령 스키장 비판한 언론엔 기자 실명 밝히며 "오물통" 비난
美전문가 "평양의 계획은 인접국 눈치 보며 국익 양보하는 '핀란드화'로 한국 갈취하는 것"
 

북한은 20~21일 선전 매체를 동원해 우리 정부·언론에 대한 비난을 쏟아냈다.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와 마식령 공동 훈련 등으로 야기된 대북 제재 위반, 인권침해 논란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내용이었다. 우리 정부의 대북 제재 유지 방침에는 "잡소리", 언론의 비판에 대해서는 "쓰레기 오물통" 등 원색적 표현을 동원했다. 올림픽 참여를 핑계로 한국을 국제적 대북 제재 행렬에서 이탈시키고,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압박 공조를 흩뜨리려는 '속내'를 드러낸 셈이다.

◇北 "제재 위반 잡소리" 원색 비난

20일 조선중앙통신은 '모처럼 살린 북남 관계 개선의 불씨를 꺼버리자는 것인가'란 기사에서 "남조선 당국자의 망언과 함께 '대북 제재 위반'이니 뭐니 하는 잡소리들이 튀어나오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남조선 당국이 이에 대해 '대북 제재 위반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 '유엔·미국 등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통신은 최근 우리 언론이 북한 대표단에 대한 체류비 지원, 만경봉호 등을 이용한 이동 허가, 북한 고위급 인사의 대표단 포함 등에 '제재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 것을 문제 삼았다. 북한은 그러면서 "북남 관계 개선의 불씨를 꺼버리지 않으려면 입장을 명백히 하라"고 했다.

북한이 한때 예술단 점검단 파견 취소를 검토한 이유가 '대북 제재'에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은 우리 정부에 '남측이 원하는 대로 평창에 참가해 흥행을 도와줬으니, 이제 남측이 '제재 해제'로 보답하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노동신문이 이날 "역대 최악의 인기 없는 경기대회로 기록될 수 있는 이번 올림픽에 우리가 구원의 손길을 보내주고 있다"고 표현한 것도 북한의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본지를 포함한 우리 언론의 남북 회담 관련 기사를 비난하는 논평도 잇따라 내보냈다. 기자 개인의 실명까지 거론해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특히 자신들이 '김정은의 업적'으로 꼽는 마식령 스키장에 대한 비판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노동신문은 "우리가 남측 선수들과의 공동 훈련을 위해 제공한 마식령 스키장에 대해서는 터무니없는 시비질하고 있다"고 했다.

◇국제사회는 "대북 제재 위반" 우려

하지만 국제사회에서는 대북 제재 위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이날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한국 정부는 미국이나 북한에 한국이 (대북) 제재에 반대할 것이란 어떤 신호도 주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레그 스칼라튜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도 "강제 노동으로 대표되는 마식령 스키장에 한국 선수들을 보내는 것은 북한의 반인도적 범죄를 옹호하는 어리석은 짓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미국의 대북 제재 전문가 조슈아 스탠턴 변호사는 2 1일 트위터에 "평양의 계획은 전쟁이나 점령 없이 한국을 갈취하고 핀란드화(finlandize)하는 것"이라고 썼다. '핀란드화'는 '약소국이 인접한 강대국의 눈치를 보면서 자국의 국익을 양보하는 것'을 말한다. 스탠턴 변호사는 그러면서 "한국 정부 당국자들이 '평화 목적'이라며 언론을 통제하는가를 보면 북한의 계획이 통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1/22/201801220019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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