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는 19일 현재 61만8000여명인 군 병력을 2022년까지 50만명 수준으로 감축하고, 육군 복무 기간도 21개월에서 18개월로 단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병력 축소는 육군만 해당돼 매년 육군 2개 사단이 없어지는 셈이다. 병력과 복무 기간을 줄이는 방안이 처음 나온 2006년에는 북핵 위기가 지금처럼 '전쟁'이 우려되는 상황까지 악화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하던 때였다.

저출산으로 군대 갈 젊은 층이 계속 감소하고는 있다. 그러나 작년 9월 북의 6차 핵실험은 5차에 비해 10배 이상 커졌고, 북 ICBM은 미 전역을 사정권에 두는 수준이 됐다. 미 하원 군사위원장은 미군이 북한과 충돌 가능성을 대비해 "매우 진지하게 훈련 중"이라고 했다. 핵을 포기할 리 없는 북이 올림픽 후 비핵화 협상에 나오지 않고 재도발하면 한반도 정세는 급변할 수밖에 없다.

지금 한반도는 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대규모 지상전이 벌어질 수 있는 곳이다. 지금 육군 1개 사단이 담당하는 방어 면적이 군 개혁으로 50%쯤 확대되면 그것이 제대로 방어될 수 있겠는가. 미 랜드연구소의 전문가 베넷 박사는 한반도 유사시 150만명의 지상군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 병력이 50만명으로 줄면 북한군 120만명의 40% 수준에 그치게 된다. 북 위협이 핵으로 대체된 만큼 병력 규모는 의미 없다는 주장도 있지만 핵은 우리를 묶는 수단이고 점령은 재래식 전력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

병력 감축은 복무기간 단축과 연결돼 있다. 소총병이 숙련병이 되려면 12개월쯤 걸리고, 전차병이나 포병의 경우는 14개월은 돼야 기본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한다. 임무에 익숙해질 만하면 제대하는 군이 제대로 기능할 수 없 다. 정부는 육군 부사관을 늘린다고 하지만 예산 문제 등으로 말처럼 쉽지 않다.

북한의 복무 기간은 최장 12년에 달한다. 사방이 적국인 이스라엘은 남성 3년, 여성 2년의 의무병제를 유지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이스라엘보다 안보 위협이 덜한 나라인가. 그런데도 대선 후보들은 판돈 올리듯이 경쟁적으로 복무기간 단축을 공약으로 내건다. 정말 너무나 무책임하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1/19/2018011902628.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