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남북 대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주요 외신들은 남북 대화를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문재인 정부가 북한의 의도에 말려들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9일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남북 고위급 회담 전체회의 시작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블룸버그는 18일(현지시각) ‘남북대화는 가짜 금이다(Korea’s Olympic Compromise Is Fool’s Gold)’는 제목의 사설에서 “만약 남북이 한반도기를 흔들며 입장하고, 공동 하키팀이 구성되는 것을 큰 외교적 성과라고 평가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런 말은 믿지 마라”면서 “북한이 평창 올림픽에 참가하더라도 큰 그림에서 (한반도 정세에) 변화가 이뤄질 가능성은 낮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북한의 평창 올림픽이 남북 양측에 전술적인 승리는 가져다줄지 모르나 거의 아무것도 바뀌는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마이니치 신문은 ‘평창 올림픽을 둘러싼 남북 대화, 융화(화합) 지상주의는 위험하다’는 제목의 19일자 사설에서 “북한이 대북 강경론과 화합론으로 갈린 한국 여론의 분열을 더 부추기는 것으로 강하게 느껴진다”며 “북한은 과거에도 같은 수법으로 한국을 흔들어왔다”고 꼬집었다. 마이니치는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점은 북한의 이런 수법을 도와주는 듯한 문재인 정권의 모양새”라면서 “남북 화합을 무엇보다 우선시하는 지금의 자세는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썼다.

호주의 더오스트레일리안은 같은 날 ‘올림픽 이후에도 한국의 봄은 없다’(No Korean Spring after Games)는 제목의 사설에서 “문재인 정부가 꾸준히 북한과 중국에 더 기대는 듯한 스탠스를 견지하고 있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평양의 속임수에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아사히신문은 지난 14일자 사설에서 “남북 화해 자체는 바람직하지만 무드에 휩싸여 원칙 없이 대북 지원에 나서는 것은 국제 제재 효과를 떨어뜨린다”면서 “한반도 비핵화를 목표로 한국·미국·일본이 결속력을 강화할 때”라고 주장한 바 있다.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니컬러스 에버스탯 연구원은 이달 초 뉴욕타임스에 “북한은 국제적인 대북 비핵화 압박 공세의 가장 약한 고리를 한국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북한에 놀아나서는 안 된다”고 한국에 촉구하는 글을 실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18일엔 ‘남북 대화가 미국의 외교정책을 고민에 빠뜨리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CNN, BBC 등은 남북 공동입장과 단일팀 구성은 새해 시작된 남북관계의 해빙기를 보여주며, 또 한 번의 한반도 전쟁으로 향하는 듯 보였던 위기 상황에서 보기 어려운 희망의 순간을 나타낸다고 평가하면서도, 북한 핵·미사일 위기에 직면한 현실을 바꾸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편, 중국 매체들은 남북 대화가 한반도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점만을 유독 강조하고 있다. 후시진 (胡锡进) 환구시보 편집장은 18일 트위터에 “동아시아는 평양-서울의 긴장완화를 보는 것을 환영한다”면서, 남·북 대화로 김정은의 핵개발이 가속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미국 의원을 향해 “멍청할 뿐 아니라 끔찍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해 사드 배치 논란 당시 한국인들을 향해 “김치만 먹어서 멍청해졌나”는 글을 썼던 인물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1/19/201801190061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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