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 개막을 3주 앞두고 한반도에 종잡을 수 없는 일들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 북은 올림픽 개막 바로 전날인 2월 8일 정규군 창설 70주년을 기념하는 군 열병식을 준비하고 있다 한다. 캐나다의 한 대북 교류 단체는 이미 홈페이지에서 평양 열병식 관광 상품을 팔고 있다. 북이 이날 열병식을 하는 것은 처음이다. 그동안은 4월 25일을 군 창설일로 기념해왔다. 북이 평창올림픽 팡파르 전날 전례 없는 열병식을 하려는 이유는 뻔하다. 김정은이 '완성'을 선언한 핵 무력을 과시해 한반도 주도권이 자신에게 있음을 대내외에 선전하려는 것이다. 평창 참가가 핵 포기로 이어질 것이란 착각은 아예 접으라는 뜻이기도 할 것이다.

한국에선 이와 정반대되는 일이 일어났다. 18일 부산 해군기지에 입항하려던 미 잠수함이 북한 자극을 우려한 정부 반응에 그냥 돌아갔다고 한다. 정부가 미국 측에 북한을 압박할 목적이 아니지 않으냐면서 그렇다면 눈에 잘 띄는 부산 말고 진해 기지로 가라고 했더니 미 잠수함은 그냥 일본으로 갔다는 것이다. 정부는 미국의 항의가 없었다지만 들어보지 못한 일이다.

스포츠 행사가 정치적 의미를 갖는 경우는 있었다. 미·중 수교에도 탁구가 역할을 했다. 평창올림픽 북한 참가도 이 기간 동안 북의 도발을 멈출 수 있다면 의미가 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정도를 넘어 스포츠는 아예 뒷전이고 온통 남북 정치 얘기뿐인 상황이 되고 있다. 올림픽이 세계 최악의 인권 탄압국, 핵 개발국의 선전 무대가 된다면 누가 납득할 수 있나. 정부가 먼저 북측에 공동 훈련을 제안했다는 북 마식령 스키장도 어린이 강제 노역 현장이란 국제 사회 고발이 있는 곳이다. 한국리서치가 9~10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72.2%가 '무리해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을 구성할 필요 없다'고 답했다. 19~29세에선 반대 의견이 82.2%에 달했다. 그래도 정부는 남북단일팀을 밀어붙였다.

이런 논란에 가려져 있지만 북핵 위기는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다. 미 해군은 "항모 존 스테니스함이 16일 미 본토를 떠났다"고 공개했다. 미국 언론은 이 항모가 한반도 주변 해역으로 향할 수 있다고 했다. 이제 곧 한반도 주변에서 스테니스함과 칼빈슨함, 레이건함 등 항모 3척이 집결할 가능성이 있다. 괌 기지에는 최근 B-2 스텔스폭격기 3대와 B -52 전략폭격기 6대가 배치됐다. 뉴욕타임스 등은 '미군이 조용하게 전쟁을 준비 중'이라고 전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김정은과 "(협상) 테이블에 앉겠지만,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확신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김정은이 평창올림픽 이후 태도를 돌변해 비핵화 회담을 수용할 가능성은 없다. 미국은 '평창 이후'를 준비하고 있다. 우리는 어떤가.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1/18/201801180296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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