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일 교수 1주기 추모 세미나… '공동체 자유주의' 등 계승 토론
 

'보수우파의 숨은 신(神)'으로 불린 고(故) 박세일(1948~2017·사진) 서울대 명예교수가 펼쳤던 경세론의 사상적·실천적 의미는 무엇인가. 진보좌파가 집권한 상황에서 이를 올바로 계승·발전시키는 방법은 무엇인가. 박 교수 1주기를 맞아 추모 세미나가 한반도선진화재단(이사장 박재완) 주최로 17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박세일 교수가 역설한 '공동체자유주의'를 분석한 김주성 한국교원대 명예교수는 "박 교수는 서양에서 대립되는 정치철학인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를 통합하여 국정철학으로 제시했다"고 말했다. 개인의 자유가 국가 발전의 토대이지만 자유가 지속 가능하게 하려면 공동체에 의한 국민 통합이 필요하다고 봤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이런 국정철학을 실천하기에 적격이었지만 성공적인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며 "문재인 정부는 이념 갈등이 심해지고 시장경제가 위축돼 더욱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박세일의 공동체주의를 공론화로 재해석해 우리 사회에 만연한 파당성을 봉합하는 정치 비전으로 구체화하고, 그의 인간관을 재해석해 한국인을 추격형에서 성찰형으로 변화시키는 문화 비전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가 만년에 역점을 둔 '선진통일론'을 분석한 조영기 고려대 교수는 "그는 근대화혁명이 북한으로 확산되기 위해선 통일이 필연적 과제이고 한국도 제2의 도약을 위해선 통일이 필요조건이라고 봤다"고 말했다. 박세일은 통일이 고토(故土)를 회복하는 단순 재통일이 아니라 새 역사를 만들어가는 국가 창조 과정이라고 생각했고 가치 판단이 전제되지 않는 통일지상주의를 경계했다. 남북한의 현상 유지와 북한 체제 지원을 강화시키는 '평화통일론'을 비판하면서 북한을 선진화시키는 통일이야말로 영구적 평화를 가능하게 한다는 '통일평화론'을 역설했다. 조 교수는 "현 정부의 대북 정책이 수단적 평화에 급급하는 상황에서 박세일의 선진통일론을 재음미해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에서 신도철 숙명여대 교수는 "박 교수는 대한민국의 역사를 정의가 패배한 역사로 규정하는 민중사관·계급사관이 퍼져가는 것을 크게 우려했다"며 "역사를 존중하는 공동체를 강조했고 선조들의 지혜를 무시하고 자국의 역사를 학대하고 폄하하는 국가관으로는 선진 미래를 개척할 수 없다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진보와 보수의 공존과 협력을 추구했지만 대한민국을 인정하지 않는 세력과는 타협과 화해가 불가능하다고 봤다는 것이다.

한편 박세일 교수 1주기에 즈음해 지인 88명이 추억과 일화를 적은 추모 에세이집 '내가 만난 위공(爲公) 박세일'이 출간됐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1/19/201801190012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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