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本紙·미국 브루킹스硏·한국국가전략硏 국제 콘퍼런스]

"김정은, 비핵화에는 관심 없어… 한미동맹 해체하려는 의도뿐"
"북한이 웃는 얼굴로 평창 와도 결국은 핵으로 한국 위협할 것"
"트럼프 정부의 北대응을 보면 1994년 이후 전쟁 가능성 가장 커"
"한국, 北에 너무 많이 양보해서 국제 대북제재 무너뜨려선 안돼"
 

17일 조선일보사가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한국국가전략연구원과 공동 주최한 국제회의에서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진행 중인 남북 대화의 전망에 대한 논의도 깊이 있게 이뤄졌다. 이상희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원장은 개회사에서 "김정은은 한국과의 회담만을 던졌을 뿐 비핵화를 위한 미·북 회담이나 6자 회담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며 "앞으로의 회담은 오로지 북한의 비핵화를 목표로 해야 한다. 올림픽은 인류의 축제지만 핵무기는 인류의 재앙"이라고 말했다. 다른 참석자들도 "북한의 의도를 직시하고 평창 이후 다가올 '진실의 순간'을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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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와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공동 주최로 17일 밀레니엄 서울힐튼 호텔에서 열린 국제회의에서 1세션 참석자들이‘북핵 능력 고도화에 따른 북한의 전략과 행동의 변화’에 대해 토의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 박정현 브루킹스연구소 한국 석좌,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조너선 폴락 브루킹스연구소 선임 연구원,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 /이태경 기자
"북한은 '핵 있는 평화' 선전하러 평창행"

이날 회의에서 에번스 리비어 브루킹스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한국에 와서 보니 대화 낙관론에 도취(euphoria)된 분위기도 있는데 지나친 기대는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의 신년사를 보면 '핵보유국'이란 북한의 정체성을 인정하는 것이 미래 대화의 근간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리비어 연구원은 또 "김정은의 신년사는 풀어 해석하면 '향후 남북 간의 대화가 성공하려면 한국이 국제적 제재 체제를 훼손해야 하고, 당분간 미국이란 동맹과 거리를 둬야 하며, 한·미 동맹을 해체하는 과정을 시작해야 한다'는 말"이라고 했다. 조너선 폴락 브루킹스연구소 선임 연구원도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동참은 북한의 오랜 전술적 행동의 하나"라며 "올림픽 폐막 이후에는 북한에 의해 과거보다 더 안 좋은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는 "김정은의 신년사나 평창 참가 과정을 보면 핵 보유를 정당화하는 일종의 '핵 있는 평화(nuclear peace)' '북핵 평화론'을 선전하려는 것 같다"고 했다. "북한이 핵을 가져도 한국과 동북아의 평화는 유지된다는 거짓된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웃는 얼굴로 평창에 오고 당분간 도발을 자제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면서 신 교수는 "북한이 당장은 가짜 평화 공세를 해도 결국은 핵으로 한국을 위협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도 "북한을 일단 평창에 오게 해서 정세를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들자는 데는 동의하지만 평창에 왔다 간 뒤 달라진 것이 뭐가 있겠냐"며 "평창 다음이 문제인데 '핵 있는 평화'가 이론적으로나 가능하지 절대 그럴 리 없다"고 말했다. 이근욱 서강대 교수는 "파키스탄이 핵 보유 후에 지속적으로 인도에 도전한 것처럼 핵을 보유한 북한은 앞으로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한국이 수용할 수 없다고 할 때마다 국지 도발을 계속하며 괴롭힐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상희(왼쪽)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원장과 박정현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한국 석좌가 17일 서울 밀레니엄 힐튼호텔에서 열린 국제회의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이상희(왼쪽)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원장과 박정현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한국 석좌가 17일 서울 밀레니엄 힐튼호텔에서 열린 국제회의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이 원장은 이명박 정부에서 국방부 장관을 지냈다. 박 석좌는 중앙정보국(CIA)과 국가정보국(DNI) 선임 분석관으로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 실무를 경험했다. /이태경 기자
"1994년 이래 전쟁 가능성 가장 높아졌다"

회의 참석자들은 북한의 전략적 판단이 달라지지 않으면 미국의 군사 옵션 동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도 우려했다. 미 중앙정보국(CIA)과 국가정보국(DNI) 출신인 박정현 브루킹스연구소 한국 석좌는 "북한의 대외 전략을 토대로 트럼프 대통령은 최대의 압박과 개입을 말하고 있고 불행하게도 여기에는 미국의 예방 전쟁이 들어 있다"고 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 연구원도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점점 고도화되고 거기에 트럼프 정부가 대응하는 방식을 볼 때 (북핵 1차 위기가 제네바 합의로 해결된) 1994년 이후 전쟁 가능성이 가장 높아졌다"고 했다. "남북한과 미국이 오인이나 오판으로 엉겁결에 레드 라인(red line)을 넘어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도 실제 있다"고도 했다.

참석자들은 한국이 남북 대화 과정에서 너무 많은 것을 양보해서 국제적 대북 제재·압박 체제를 무너뜨려서도 안 된다고 조언했다. 리비어 연구원은 "계속 북한에 최대한의 압박을 가해 김정은이 핵무기와 정권의 생존 사이에 양자택일하게 하는 것이 남은 선택지"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과 대화를 지속하고 싶다는 한국의 열망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수많은 유엔 안보리 결의안의 존재 자체가 '북한에 당근을 주는 것은 별로 효과가 없고 채찍을 들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판단"이라고 했다. 클링너 연구원은 "북한이 한·미에 요구하는 것을 들어주다 보면 헌법이 요구하는 자유를 해쳐야 할 만큼 위험한 길을 가게 된다"고 경고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1/18/201801180013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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