現 정부의 자신감 이면에는 여론조사 지지도와 '촛불' 존재
하지만 좌편향 과속 질주가 '촛불 初心' 부합하는지 돌아볼 때
'태극기' 참가자도 반목 멈춰야… 좌파 독재 막아줄 右派 사명감 절실
 

김대중 고문
김대중 고문

문재인 정권을 받쳐주고 있는 것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그들이 '혁명'으로 받들고 있는 '촛불'이고 다른 하나는 이른바 '70%'의 여론조사 지지도다. 문 정권이 대한민국의 정체성까지 건드리며 전(前) 정권의 기본 정책을 깡그리 뒤집고 전 정권 사람들의 뒤를 캐면서 과속 질주에다 역주행까지 하는 '자신감'의 배후에는 촛불이 있고 70%의 여론조사 결과가 있다.

집권한 지 이제 9개월째로 접어들면서 묻고 싶은 것이 있다. 촛불은 여전히 타고 있는가? 70%는 흔들림이 없는 것일까? 무릇 모든 정권과 권력이 그랬듯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다. 문 정권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촛불에 참여했던 순수한 열정은 이완되기 마련이며 이에 따른 70%도 내리막길로 접어들 수밖에 없다.

많은 사람이 촛불 상황에 동조했었다. 박근혜 정부의 지리멸렬상에 분노한 사람들이었다. 우파(右派)의 부정과 부패에 식상한 사람도 많았다.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원망,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다. 반드시 '문재인'과 '민주당'에 매료돼서가 아니라 오늘의 현실에 통분한 마음이 촛불로 몰려들었다.

그런 사람 가운데 '문재인 정치 8개월'에 받아 든 성적표에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 사람들 가슴에 아직도 촛불이 타고 있을까? 이 정부 사람들은 촛불에 가담했던 그 사람들 모두의 마음까지 잡았다고 자부할 수 있을까? 나라의 안보는 갈수록 불안하고 실업자는 늘어나며 국민의 삶은 조금도 나아질 기미가 없다. 정권을 잡은 사람들은 촛불의 위세를 몰아 헌법도 바꾸고 사회·문화·교육 등 제반 분야의 제도도 다 바꾸는 데 혈안이 되고 있다. 북한과의 대화에 집착한 문 정부는 북한이 하자는 대로 끌려갈 수밖에 없다. 마침내는 평창에서 '태극기'를 내리는 데까지 끌려가고 있다. 촛불에 맞섰던 그 태극기여서 그런가?

문 정부의 좌편향 질주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사람들은 그때 촛불에 가담한 사람들일 것이다. 현실에 짓눌렸던 사람들, 미래가 안 보였던 사람들, 그래서 '문재인'을 선택했던 사람들, 그러나 이제 "이건 촛불의 명령이 아니잖아"라며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는 사람들이야말로 '문(文) 열차'를 멈추게 할 수 있다. 오늘의 현실이 과연 그들의 촛불 초심(初心)에 부합하는 것인지 회의하는 사람들은 다시 생각해야 한다. 우파인지 좌파(左派)인지 굳이 스스로에게 딱지를 붙일 필요는 없다. 나라가 안전하고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온전한지 그것만을 생각하면 된다. 6월 13일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와 보궐선거가 그 마당이 될 것이다.

촛불이 싫어 태극기 대열에 참여했던 사람들도 이제 보수를 욕하며 친박(親朴)·반박(反朴)으로 갈려 원수처럼 싸우고 정당이 어떻느니 인물이 어떻느니 하며 타박만 하는 자해(自害) 행위를 멈춰야 한다. 문제는 이 정권의 좌편향, 북한 편향, 반미 성향을 제어하지 못하면 거기엔 우파끼리 싸워야 할 아무런 이득도 명분도 없다는 데 있다. 보수층은 한가롭게 자유한국당의 지리멸렬에 혀를 차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야당의 대오에 참여하는 정치인들을 격려하고 과거의 정치적 이해에 묶여 통합 길목에서 서성이는 정치인들을 질타하는 보수의 집행자가 돼야 한다. 6월 선거가 그 심판장이다.

지난날 대한민국이 우파 독재에 시달릴 때 좌파의 저항과 투쟁이 대한민국을 어긋나지 않도록 했다면 오늘 대한민국이 좌파 독재 일변도로 끌려가고 있을 때 우파의 자의식과 비판이 이 나라를 다시 본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다는 사명감이 필요한 시점이다.

문예지 '문학공간'에 실린 언론인 출신 강위석 시인의 시(詩) '나는 우파'는 그래서 우리 모두를 조용히 일깨운다. '우파/ 작은 낱말/ 반짝이는 낱말/ 자유로운 낱말/ 자유/ 요새는 더 납작해진 낱말/ 적폐가 된 낱말/ 불륜이 된 낱말 (중략) 공자 가라사대/ 아는 것만 안다고 하고/ 찜찜한 것은 모조리 모른다고 하는 것이 아는 것이다./ 그래서 모르는 것은 모르므로/ 무식해지고 외톨이가 된 우파/ 갈 데 없이 정신 장애자가 되어/ 아무래도 한번은 폭력배가 될 우파/ 자기의 자유를 죽어도 지키고/ 남의 자유를 끔찍하게 존중하고/ 모르는 것은 모르는/ 그것뿐인 우파/ 아나키스트면서/ 웬 태극기를 들고/ 당분간은 나라를 사랑해야 할/ 나는 길도 계절도 잃어버린 우파.'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1/15/201801150294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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