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신년사에 "망언·악설" 오늘 실무접촉 앞두고 맹비난
北 "우리가 아량 베푸니… 눈치만 보던 南이 오만방자"
10일 회담땐 "탈북 여종업원들 보내라" 조건걸어 이산상봉 결렬

우리측 '올림픽 실무회담' 제안에 北 "예술단 파견 회담" 역제안
평창은 뒷전, 정치선전에만 관심… 예술단 공연, 北체제 찬양 일색
무대 배경에 '미사일' 넣을 수도
 

북한이 14일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을 비난하며 "(평창에 내려갈) 우리 대표단을 태운 열차나 버스가 아직 평양에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북한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남조선 당국자'(문 대통령)는 착각하지 말라. 남북 관계에 찬물을 끼얹는 불순한 행위를 보고만 있지 않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우리 정부가 공들이고 있는 '평창 참가'를 카드로 남한을 최대한 압박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1일) 이후 북한이 우리 정부나 대통령을 비난한 것은 처음이다.

북한은 문 대통령이 지난 10일 회견에서 남북대화와 관련, "미국이 주도한 제재·압박의 효과" "트럼프 대통령의 공이 매우 크다" "북의 비핵화를 위한 대화 장을 마련하겠다"고 언급한 것을 문제 삼았다. 그러면서 '망언' '얼빠진 궤변' '가을 뻐꾸기 같은(철 지난) 수작' 등의 거친 언사를 쏟아내며 문 대통령을 맹비난했다. 북한은 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감사를 표한 문 대통령에 대해 "남조선 당국자의 비굴한 처사는 눈을 뜨고 보지 못할 지경"이라고 했다.

북한은 평창올림픽과 관련해 "남측이 바라는 모든 것을 풀어주는 방향에서 노력을 다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아량을 가지고 요구를 다 들어주니 눈치만 보던 남조선이 머리를 쳐들고 오만방자하게 놀아대고 있다"고 했다.

조선중앙통신은 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회담을 위한 회담이 목표일 수 없다. 성과가 담보돼야 한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가시 돋친 음흉한 악설 일색'이라며 "이렇게까지 무례하고 우매할 수 있느냐"고 했다.

◇올림픽은 뒷전, 정치 선전에 방점

북한은 이와 함께 평창을 정치 선전의 장(場)으로 이용하겠다는 의도도 노골화했다. 앞서 북한은 우리 정부의 '평창올림픽 참가 관련 실무회담' 제안(12일)에 "예술단 파견을 위한 실무 접촉을 15일 열자"고 역제안(13일)했다. 모란봉악단 등 북한 예술단은 '김정은 체제의 위대성 선전'이 유일한 임무이자 존재 이유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제안을 수용했지만, 내부적으로는 당황한 분위기다. 북한이 시급하고 본질적인 문제는 외면한 채 급하지 않고 지엽적인 문제를 들고나왔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지금으로선 남북이 평창 실무회담을 여는 게 가장 급하다"고 했다. 당장 20일 스위스 로잔에서 남북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북한 선수단 규모, 단일팀 구성 여부, 공동 입장 문제 등을 논의해야 한다.

북한이 예술단 문제를 최우선시한 것은, 북한의 관심사가 '평창올림픽 성공'이 아님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정치 선전의 기회를 잡겠다는 게 목적이라는 얘기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겉으론 '민족 동질성을 회복한다'는 명분을 내걸겠지만, 실제론 순수한 스포츠의 제전인 올림픽을 정치적으로 변질시키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산 상봉과 '탈북 종업원 송환' 연계도

북 예술단의 공연은 김정은의 위대성과 체제를 선전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북 공연단이 이런 내용을 그대로 들고 온다면 큰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단원들이 평양에서 하듯 군복을 입고 온다거나, 무대 배경에 김정은 찬양이나 미사일 발사 장면 등을 포함시킬 수도 있다. 대북 소식통은 "2015년 12월 모란봉악단이 베이징에서 공연 직전에 철수한 것도 무대 스크린에 미사일 발사 장면을 넣는 문제로 중국 측과 갈등을 빚다 벌어진 일"이라고 했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모란봉악단 등 북 예술단이 공연을 통해 '우리 민족끼리' '민족 공조' 등을 내세우며 남남(南南) 갈등을 유발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15일 실무 접촉에서도 공연 내용을 놓고 남북이 대립할 가능성이 크다.

앞서 북한은 지난 10일 고위급 회담 당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위한 적십자회담을 열자"는 우리 측 제의에 2016년 4월 탈북한 북한 식당 여종업원들의 송환을 전제조건으로 내건 것으로 확인됐다. 인도적 문제인 이산가족 문제도 정치문제화해 거부한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1/15/201801150023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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