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 北도발 없다고 해도 核 미사일 再발사 위험은 상존
북은 '평창 이후'까지 노릴 수도… 냉철하게 10년 뒤를 대비할 때
 

김광일 논설위원
김광일 논설위원
서양 속담에 '마지막 지푸라기가 낙타 허리를 부러뜨린다'고 했다. 집채만 한 등짐을 견디던 낙타도 지푸라기 한 올에 주저앉는다. '핵안보 임계점'이란 그렇다. 이 속담이 북핵 분석에 자주 인용된다. 한 영국 신문은 '2018년 미·북 최후 결전'을 전망했다. 낙타가 견디지 못하고 "난투극을 벌일 시점이 온다"고 했다.

안보 임계점을 허무는 마지막 지푸라기란 뭘까. 북은 작년에 미사일 23발을 쐈다. 새해 24번째 미사일이 어쩌면 그 '마지막'일 수 있다. 흔히 '주체 새(主體 bird)'라 부르는 북 미사일 발사다. 비핀 나랑 MIT 교수도 '주체 새' 발사를 최악 시나리오로 꼽았다. 탄두 부분에 쇳덩이를 매단 모의실험이 아니라 진짜 핵을 장착한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을 태평양 쪽으로 쏘는 라이브 테스트가 '주체 새'다. 1962년 미군이 잠수함 핵미사일 폴라리스-A2를 쏘아 올리며 '군함 새(Frigate Bird)'라 불렀던 걸 빗댔다.

북한이 연료를 주입하고 미사일 머리 부분에 실제 핵탄두 시험 발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미국이 감지하는 시점이 '레드 라인' 붕괴다. 이번 남북 고위 회담이 평창올림픽 기간 북 도발 가능성을 낮췄다. 트럼프도 "남북대화 동안 군사행동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것이 역설적으로 '평창 이후'를 생각하며 신경을 곤두서게 만든다. '심판의 시간'이 온다는 말도 들린다. 참았던 재채기가 더 크게 터진다고 했다.
2017년 9월16일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 발사 훈련을 현지 지도했다고 16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지난달 4일 마크 세던 컬럼비아대 교수가 글을 썼다. "CIA 수뇌부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 ICBM 개발을 중단시킬 수 있는 시한이 3개월밖에 남지 않았다고 했다"는 게 골자다. "석 달이 지나면 북이 미 대륙 공격 능력을 갖추게 된다"고 했다. 그때 말한 '3개월 뒤'는 올 2월 말~3월 초다. 평창올림픽이 끝난 뒤와 맞물린다. 북한이 '주체 새'라도 날려 보내면 컵은 넘쳐버린다.

생각은 차갑게, 염려는 깊게 해야 한다. 이번에 북이 남북대화에 응한 것은 문재인 정부의 '데탕트 노력' 때문일까, 트럼프 정부의 '극한 압박' 때문일까, 이걸 차갑게 묻고 답하는 전략가가 청와대 지하벙커의 워 게임 테이블에 중요 자리를 차지하고 있길 바란다. '문(文)의 당근'과 '트럼프의 채찍'은 절묘한 역할 분담이 아니라 그냥 엇박자다.

부시 정부 때 국가안보회의 북한 담당관을 지낸 수 미 테리가 말했다. "이번 남북대화에서 북은 재정적으로 정치적으로 밑질 게 없다. 서울과 워싱턴을 갈라놓는 좋은 전략이다."

그렇다면 매티스 국방장관이 말한 것처럼 아직 "먹구름은 몰려오고 있는가", 아니면 구름이 걷히고 있는가.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 의장은 한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북한이 비핵화에 합의하고 한·미가 북한에 불가침 약속을 하는 딜을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북 핵포기, 미 불가침 약속, 이걸 맞바꾸는 딜을 원한다는 것이다.

'불가침'은 몰라도 '주체 새' 포기는 환상일 뿐이다. 오히려 북한은 판문점 대화를 방패 삼아 '평창 이후'를 무사히 넘기면서 '10년 뒤'까지 재고 있을지 모른다. 평양 누군가는 '시간은 우리 편'이 라고 김정은 귀에 아첨하고 있을 것이다.

트럼프는 10년 뒤 마러라고에서 쉬고 있을 노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좋게 임기를 마쳐도 10년 뒤엔 평범한 시민이다. 김정은만 10년 뒤에도 국제사회가 묵인하는 핵보유국 지도자로 군림할 가능성은 있다. 10년 뒤 그는 마흔넷 젊은 나이로 한·미 대통령들을 희롱하며 핵 게임의 지역 맹주를 자처하고 있을지 누가 아는가.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1/11/2018011103540.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