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남북이 공동으로 선언한 한반도 비핵화가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우리의 기본 입장"이라며 "북핵 문제가 해결돼야 남북 관계가 개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북(北)은 핵은 미국과 담판 지을 문제고, 남(南)으로부터는 경제적 이익만 취한다는 분리 대응 전술을 구사해 왔는데 문 대통령은 그 장단에 놀아나는 일은 없다고 밝힌 것이다. 문 대통령의 이런 입장 표명은 한국 정부가 남북 관계를 풀어야 한다는 강박증 때문에 아무 대가 없이 북에 양보하려 한다는 국제사회의 의구심을 가라앉히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북핵 문제에 성의를 보이지 않는다면 대화와 압박 모두를 구사하는 대북 정책을 펼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또 "한국 정부가 독자적으로 대북 제재를 완화할 생각은 없으며,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재개 등은 안보리 결의안 제재 범위 속에 있다면 우리가 독자적으로 그 부분을 해제하기 어렵다"고 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 주도로 가속 페달을 밟아온 대북 압박 정책은 북이 그 고통을 견디기 힘든 임계점에 접근했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한국 정부가 남북 관계 개선 필요성을 내세워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경우 결정적인 국면에서 대북 압박의 김이 빠질 것이라고 국제사회는 우려하고 북은 기대했는데, 문 대통령이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은 "북핵 해결을 위해서는 정상회담을 비롯한 어떤 만남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회담을 위한 회담이 목표일 수는 없다"며 "여건이 조성돼야 하고 어느 정도 성과가 담보돼야 할 것"이라고 전제를 달았다. '햇볕 진영'의 두 대통령 중 한 명은 남북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국민 눈을 속여가며 뒷거래를 했고, 또 한 명은 임기가 끝나가는 시점에 남북 정상회담을 열어 다음 정권이 도저히 이행할 수 없는 대북 선물 보따리를 풀어 놨다. 문 대통령은 국가 지도자의 남북 정상회담 집착증이 국가에 얼마나 부담을 남기는지 충분히 깨달았을 것이다. 문 대통령의 이날 회견은 문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대화'에 매달리는 것 아니냐는 국제사회의 우려를 상당 부분 덜어 줬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1/10/201801100313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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