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거듭되는 핵·미사일 도발 이후 평창동계올림픽 개최를 앞둔 시점에서 열린 남북한 고위급 회담에 대해 중국과 미국, 일본의 주요 외신들이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중국은 남북한 고위급 회담을 집중적으로 보도하며 한반도 긴장 완화를 기대했고, 미국과 일본은 이번 회담으로 대북제재 약화나 북한의 과도한 지원 요구 가능성 등을 거론하며 경계했다.
 
남측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북측 수석대표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대표단이 9일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고위급 회담에서 환담을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제공)

◆ 中, 한반도 긴장 완화에 기대감 표시…“이번 회담은 한반도 새로운 국면을 여는 전환점”

먼저 중국 주요 언론들은 남북한 고위급 회담을 집중적으로 보도하며 한반도 긴장 완화에 대한 기대감을 보였다.

관영언론인 중국중앙(CC)TV는 9일 오전 10시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한 고위급 회담 소식을 생중계하며 한국 시민들의 반응, 전문가 분석 등을 전하고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와 북한 응원단 동원 여부 등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CCTV는 이와 함께 전날(8일)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남북한 고위급 회담을 지지한다”고 발언한 정례 브리핑도 내보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해외판은 한국 주요 언론의 관련 보도내용과 남북한 회담 성사 배경, 과거 남북한 관계 변화 등을 상세하게 소개했다. 또 “오랜 공백 기간 끝에 한반도의 새로운 국면을 여는 전환점을 맞았다”며 기대감을 보이는 동시에 “과거에도 개선 조짐이 있었지만 서로간의 신뢰가 부족했다. 이번에도 핵심은 상호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의 온라인판인 환구망(環球網)은 통일부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남북한 관계 개선 발언을 언급하며 해빙 분위기를 부각시켰다. 환구망은 “평화의 집에서 평화의 꽃을 피울 수 있을지 기대된다”며 이번 회담을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회담”이라고 평가했다. 환구망은 이밖에도 홈페이지 메인에 남북한 고위급 회담 사진을 걸고 ‘758일 만에 마주앉은 남북’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한편 핵 개발 관련 미국의 대북 압박에 대해서는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환구망은 “미국은 북한의 핵 개발을 멈추게 하기 위해 대북 압박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과 미국은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군사 연합훈련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여 차후 난관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 美 “트럼프의 대북 압박은 계속될 것”…일각에선 남한의 ‘약한 고리 역할’ 지적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언론들은 앞으로 미국의 대북 압박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대한 긴장감을 내비쳤다.

WSJ는 이날 “실제 한반도 긴장을 줄이는 데 필요한 외교적 움직임은 북한과 미국의 대화 성사 여부”라며 “북한의 올림픽 참가로 앞으로 몇달은 조용하겠지만 결국 올해 중반에는 ‘심판의 시간(a time of reckoning)’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일명 ‘블러디 노즈(Bloody nose·코피)’라고 불리는 작전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시설에 대한 제한적 공격 방안을 두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싱크탱크 인사들 사이에서는 북한에 대한 불신과 남북한 대화 결과에 따른 부정적인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에드워드 러트워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이날 포린폴리시(FP) 기고문에서 “대북 군사적 행동 시 북한의 보복 공격이 예상되지만 한국은 미사일방어체계(MD)와 방공호 등을 통해 어느 정도 피해를 줄일 수 있다”며 “지금이야말로 북한에 폭탄을 떨어뜨릴 때”라고 주장했다.

닉 에버스타트 미국기업연구소(AEI) 선임연구원은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에서 “문재인 정부는 한미연합군사훈련 연기를 통해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면서 첫발부터 잘못 디뎠다”며 “북한은 남한을 약한 고리로 판단하고 이를 통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회피하려고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북한에 놀아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백악관은 이번 회담에 대해 “단지 올림픽에 관한 회담” 이라고 일축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이날 라디오 프로그램인 ‘데이나 쇼’ 인터뷰에서 “이번 남북한 대화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한 대북 압박의 직접적인 결과”라며 “북한이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할 때까지 이런 압박 기조를 완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日, 대북 경제제재 약화 우려…“남한, 한·미·일 결속 기억해야”

일본 언론은 이날 열린 남북한 회담을 겉으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이로 인해 대북 경제제재 압박이 느슨해질 것을 경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핵·미사일 개발 자금줄을 차단하기 위해 아베 신조 총리가 각국에 제재 이행을 요청중인데 한국이 인도적 지원과 제재 완화로 양보할 경우, 중국과 러시아의 움직임이 바뀌고 미국과 일본이 이끄는 대북 포위망은 무너질 것”이라며 “반세기에 걸쳐 북한 문제로 시간을 허비한 것은 북한이 일시적으로 대화 자세를 보일 때마다 한국과 미국, 일본이 반복해서 함정에 빠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한일 관계는 안부 합의를 둘러싼 불신이 있다”며 “한·미·일 결속이 약해지면 북한에게 틈을 주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밖에 교도통신은 “이번 회담의 향방이 앞으로 한반도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한국이 북한의 올림픽 참가 비용을 부담하게 될 경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결의에 저촉된다”고 지적했다. NHK는 “한미 합동군사훈련 등을 놓고 협의가 난항을 겪을 수도 있다”며 “북한이 올림픽 기간 중 연기가 아닌, 전면 중단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1/09/201801090221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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