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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수] 전화 주도권부터 뺏긴 南
조선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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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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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수 정치부 기자
이용수 정치부 기자

"뚜, 뚜, 뚜…."

신호는 갔지만 대답이 없었다. 4일 오전 9시 판문점 남북연락사무소의 우리 측 연락관이 평소대로 '개시 통화'를 시도했지만 북측 연락관은 받지 않았다. 전날 남북 간 판문점 연락 채널이 복원됐는데도 평소와 같은 무응답이었다. 통화는 북측 연락관이 전화를 걸어온 9시 30분에 이뤄졌다. 오후 마감 통화도 비슷했다. 북측은 우리 측의 마감 통화 시도 30분 후인 오후 4시 30분에 전화를 걸어 "오늘 업무를 마감하자"며 전화를 끊었다.

예전에 남북은 오전 9시에 판문점 개시 통화, 오후 4시에 마감 통화를 했다. 이것이 30분 늦어진 것은 북한이 2015년 8월 15일부터 평양시(時)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일제 잔재를 청산한다며 표준시를 기존보다 30분 늦췄다. 이때부터 남북은 판문점 '개시 통화' '마감 통화' 시각을 두고 기(氣)싸움을 벌였다. 남북은 홀수 날, 짝수 날을 번갈아 가며 각자 표준시에 맞춰 통화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이 2016년 2월 개성공단 가동 중단을 계기로 판문점 채널이 끊어질 때까지 계속됐다.

남북 연락채널이 1년 11개월만에 복구된 3일 오후 3시 34분 경기 파주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내 연락사무소에 우리측 연락관이 '남북직통전화'를 통해 북측과 통화하고 있다. 통일부는 오후 3시 30분에 북한이 전화를 걸어왔으며, 전화와 팩스가 정상적으로 가동되는지 확인했다고 전했다. /통일부 제공
30분 시차로 인한 신경전은 남북 간 중요한 합의에도 영향을 미쳤다. 2015년 8월 북한의 목함지뢰·포격 도발에 맞서 우리 군은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그러자 북은 준전시 상태를 선포했다.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해 남북 고위급 '2+2' 접촉이 열렸다. 주요 관심사는 확성기 방송 중단과 준전시 상태 해제 시점이었다. 남북이 합의한 시각은 8월 25일 낮 12시. 우리 군은 낮 12시에 확성기 방송을 껐고, 북한은 12시 반에 준전시 상태를 풀었다. 당시 협상이 자정을 살짝 넘겨 타결되는 바람에 같은 합의를 놓고 한국은 '8·25 합의', 북은 '8·24 합의'로 불렀다.

4일 판문점 상황은 지금 남북 관계의 칼자루를 누가 쥐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앞으로도 판문점 통화는 북한이 하고 싶을 때 이뤄질 것이다. 지금 아쉬운 쪽은 김정은 입만 바라봐야 하는 우리 정부다. 이런 고약한 상황은 우리 정부가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에 집착하며 생긴 측면이 없지 않다. 우리가 매달리는 모양새가 되다 보니 북이 오히려 배짱을 튕기는 형국이다. 북이 '평창 참가'를 '대남 시혜'로 여기는 모습이다. 운동장이 심하게 기운 것이다.

회담은 열리겠지만 우리는 북한 '갑질'에 쩔쩔맬 가능성이 크다.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밝힌 대로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 미국 전략무기의 한반도 전개 중지, 어쩌면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의 재개도 요구할지 모른다. 그런데도 여권에선 "북에 크루즈를 보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김정은은 이런 상황을 지켜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1/04/201801040317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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