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통화부터 北이 주도

어제 오전 9시 우리가 먼저 걸자 北 응답 않고 30분 후에 전화
"알려줄 것 있으면 통보하겠다"
 

북한이 남북 대화 채널 복원을 발표한 다음 날인 4일 오전 9시, 우리 측 연락관이 판문점 연락사무소에서 남북 간 직통전화기로 북측에 전화를 걸었으나 응답이 없었다. 30분 뒤 북측이 전화를 걸어왔다. 통화에서 우리 측 연락관이 "알려줄 내용이 있느냐"고 묻자 북측 연락관은 "없다. 알려줄 내용이 있으면 통보하겠다"고 했다고 한다.

북한이 동경 표준시를 따르지 않기 때문에 남북 간에는 30분의 시차(時差)가 있다. 평양 시각이 서울보다 30분이 늦다. 남북 직통 채널은 '오전 9시 개시 통화, 오후 4시 마감 통화'가 원칙이다. 1992년에 만든 '남북연락사무소 설치·운영에 관한 합의서'에 따른 것이다. 한동안 별문제가 없었는데 2015년 북한이 자기들만의 표준시를 쓰기 시작하면서 혼란이 생겼다. 어제 통화가 엇갈린 것도 그 때문이다.

마감 통화 때도 우리가 오후 4시에 먼저 전화를 걸자 이를 받고 "알려줄 내용이 있으면 알려주겠다"고 말한 뒤 끊었다. 30분 후에 북이 전화를 걸어와 "오늘 전할 내용이 없다"고 해서 그걸로 마감이 됐다. 개시 통화와 마감 통화 모두 우리가 북의 전화를 기다리며 끌려가는 모양새가 됐다. 통일부 당국자는 "그동안 남북 간에 통화 시간을 두고 기 싸움이 심했다. 앞으로 북측과 조율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이날 북한은 여러 매체를 통해 사실상 한·미 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하는 메시지를 냈다. 북의 대외 선전 매체인 메아리는 "남조선 당국은 외세와의 모든 핵 전쟁 연습을 그만두어야 하며 미국의 핵장비들과 침략 무력을 끌어들이는 일체 행위들을 걷어치워야 한다"고 했다.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 산하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 중앙위원회 서기국 리위성은 "전쟁도 아니고 평화도 아닌 불안정한 정세가 지속되는 속에서는 북과 남이 예정된 행사들을 성과적으로 보장할 수 없다"고 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우리 정부에 평창 동계올림픽을 조용히 치르려면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하 라고 압박하는 것"이라며 "우리가 대화에 조급할수록 그런 요구가 더 강해질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 대남 기구 민화협은 최근 남측 민화협과 대북 교류 민간단체들에 팩스를 보내 "민족의 화해와 단합을 도모하고 자주통일을 위한 활동에서 성과를 거두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남남 갈등으로 한국 정부를 길들이려는 양동작전"이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1/05/201801050018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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