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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의 '핵 단추' 발언에 대해 "나는 더 크고 강력한 핵 버튼을 가지고 있다"고 맞받아치자 미국 내 언론들이 '크기에 대한 집착'이라며 비판을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이하 현지시각)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책상 위에 핵 버튼이 있다고 했는데, 누군가가 나도 핵 버튼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김정은에게) 알려줬으면 좋겠다"며 "내 핵 버튼은 훨씬 크고 더 강력하며, 잘 작동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CNN은 3일 "전 세계에서 가장 힘이 센 사람이 북한과 경악할만한 새로운 결전에 불을 붙였다"며 이번 트윗을 '내 것이 네 것보다 크다'는 학교 운동장에서나 벌어질 법한 조롱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 70년간 세계 평화를 보증해온 미국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라며 "자신이 총지휘권을 갖고 있는 군사력에 대해 깊게 생각해본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이어 "역대 어떤 미국 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처럼 자기가 휘두를 힘을 드러내놓고 과시하며 즐기는 사람은 없었다"며 "북미 간 대치가 파멸적 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긴장감이 동북아 내에서 고조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그 엄중함을 제대로 인식하는 것인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CNN은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이 북핵 해결을 위해 공조해야 할 중국과 러시아를 격앙케 할 수 있는 데다, 그동안의 대북 제재·압박 노력에도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고 분석했다. 또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듯한 발언은 '전략적 실책'일 수 있다고 봤다.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캡처


워싱턴포스트(WP)는 "핵 버튼 크기를 자랑한 이번 '벼랑 끝 전술'은 크기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집착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대형 차량을 모는 키 작은 사람이나 단신 콤플렉스를 가졌던 나폴레옹에 비유했다. 그러면서 "허약한 자존감 때문에 과잉보상을 받으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WP는 "북한 독재자들은 지난 70년간 미국 대통령을 모욕해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처럼 행동한 미국 대통령은 없었다"며 "이런 식의 행동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외교 정책상 도전 과제를 파멸적으로 다룬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의회와 외교관, 국가 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 경멸과 불안을 불러일으켰다"며 "대선 당시 자신의 손과 생식기가 크다고 떠벌렸던 일을 연상시킨다"고 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경선 과정에서 자신과 경쟁하던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을 "키가 작다"고 놀렸고, 루비오 의원은 "손가락이 짧은 사람은 믿을 수 없다"고 반박했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경선 토론회에서 루비오 의원과 맞붙게 되자 "(내) 손이 작아보이냐"며 "이게 작다면 다른 어딘가도 작을 것이고, 장담하는데 나는 문제없다"고 했다.

한편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핵 버튼' 발언을 한국 정부가 '굿캅(착한 경찰)-배드캅(나쁜 경찰)' 역할 분담론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NYT는 "의도했든 안했든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 차이는 '굿캅-배드캅' 상황을 만들 수 있다"며 "한국은 미국의 전투 모드를 북한의 양보를 끌어내는 지렛대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1/04/201801040087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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