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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이 한반도 운전석에 앉았다
조선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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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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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 대통령은 2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남북대화를 제안한 데 대해 "좋은 뉴스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고 했다. 입으로는 이쪽저쪽 가능성이 반반(半半)인 것처럼 말했지만, 트럼프 대통령 마음속 저울은 좋은 뉴스가 아닌 쪽으로 기운 듯한 기류를 느낄 수 있다. 김정은 신년사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의 제의에 호응한 것"이라며 선뜻 반긴 것과는 온도 차가 느껴진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남북이) 대화를 원한다면 그들의 선택"이라며 "(미국은) 남북대화에 아무 역할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과 미국은 60여년 전부터 '상호 방위조약'을 맺고 있다. 상대방이 공격받으면 내가 공격받는 것으로 간주하고 함께 피 흘리겠다고 약속한 사이다. 지난 연말 갤럽조사에서 미 국민 열에 여덟은 북한을 "군사적으로 미국을 위협하는 국가"로 꼽았다. 그런데 미 외교 실무 관계자가 미국의 동맹국과 적국을 한데 묶어 '그들'이라고 부르면서, 남북이 대화를 하든 말든 미국이 알 바 아니라는 식의 반응을 보인 것이다. 앞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북의 대화 제안에 대해 "미국과도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며 한·미 공조 체제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것처럼 설명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김정은 신년사를 한 줄로 간추리면 "미국 본토 전역이 우리 핵 타격 사정권 안에 있으며 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 있다"는 대미(對美) 공갈 협박이다. 이런 말을 들으며 새해 첫날을 맞은 미국 사람들의 기분은 누구라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 대통령과 정부 관계자들은 김정은의 대미 협박에 대해 단 한마디 유감 표시도 하지 않았다. 그저 김정은이 말미에 "평창에 대표단을 보낼 수 있다"고 한 것만 보고 반색하고 있다.

지금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 입에선 "북한이 핵을 탑재한 대륙 간 탄도미사일(ICBM)로 미국을 공격한다면 한국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다. 한국이 미국의 동맹 맞느냐"는 반응이 나온다고 한다. 일본 언론들은 김정은 신년사가 "한·미의 분열을 노린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그 의도에 말려들었다고 했다. 김정은의 북핵 야욕을 저지하려면 한·미·일이 똘똘 뭉쳐도 모자랄 판인데 한국은 미국과 삐거덕거리고, 일본은 그런 한국을 향해 손가락질하고 있다.

김정은이 '핵 단추'로 미국을 위협하고, '평창 참가'로 남쪽을 향해 추파를 던진 의도는 누구의 눈에도 뻔하다. 태영호 전 북한 공사의 말대로 대북 제재 국가를 각개 격파 식으로 하나씩 무너뜨리겠다는 것이다. 미국엔 협박을, 중국엔 '네 말대로 했다'는 과시 를, 가장 약한 고리인 한국에는 올림픽 참가라는 당근을 던졌다. 이렇게 상대를 분열시키고 핵 무력 완성 마지막 고지까지 몇 달 안 남은 시간을 벌겠다는 계산이다. 그런데 김정은의 그 속셈대로 한반도 정세가 굴러가고 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 운전석에 앉겠다는 희망을 여러 차례 밝혔다. 그러나 정작 그 운전석엔 김정은이 앉아서 한·미를 갈라 치고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1/03/201801030305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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