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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열] 우리는 언제까지 내주기만 할 건가
조선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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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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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圈, 김정은 '평창' 카드에 반색
北 그냥 둬도 선전하러 나왔을 텐데 한·미 훈련 연기도 모자라 더 줄 자세
中에도 내주기만 하더니…
본격화될 北核 협상에서만큼은 '핵 폐기'라는 목표 잊으면 안 돼
 

권대열 논설위원
권대열 논설위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가능성을 언급했다. 정부는 하루도 안 돼 "환영한다"면서 "만나자"고 했다. 여권(與圈)에서는 "크루즈를 보내주겠다"느니 "경평(京平) 축구 대회도 하자"느니 하는 제안도 나온다. 이 대목에서 냉정히 한번 생각해보자. 북한의 평창 참가가 그렇게 김정은에게 뭘 주면서까지 매달려야 했을 사안인가.

여권에선 "북한이 우리 대화 제의에 화답한 것"이라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올림픽은 평화의 상징이다. 거기 참가하는 선수와 나라들을 겨냥해서 북한이 소란을 일으킨다? 오히려 김정은으로서는 자신들 홍보 무대로 써먹을 궁리를 했을 거라 보는 게 합리적이다. 많은 전문가가 그리 봤다. 통일연구원도 "북한이 평창올림픽을 통해 극적인 평화 공세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 CIA 관계자가 북한의 평창 참가를 예상한 보도도 있었다.

평창은 오히려 우리가 카드로 써야 했다. "평창에 오려면 그때까지는 최소한 핵·미사일 도발 중단하라" 정도는 해야 했다. 그런데 거꾸로 한·미 연합 훈련을 연기하겠다고 했다. 협상 시작도 전에 동맹과 하는 정례 훈련을 적에게 선물로 준 것이다. 정부·여당이 하는 걸 보면 앞으로 얼마나 더 내줄지도 모르겠다. 김정은 처지에선 돈 주고라도 가야 할 자리를 선물 보따리 챙기며 가게 됐다.

가만있다가 북한이 안 오면 어떡하느냐고? 설령 그런다 한들 무슨 큰일인가. 어차피 올림픽을 방해할 정도의 도발은 못 한다. 아니 안 한다. 전 세계를 적으로 돌릴 바보가 아니다. 남북 관계도 마찬가지다. 이런 일로 북한에서 대표단 보냈다고 관계에 도움 된 적 있었나.

북한이 판문점 연락채널을 개통한다고 밝힌 3일 오후 서울역에서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리선권 위원장은 조선중앙TV에서 평창올림픽 파견과 남북회담 개최 논의를 위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지시로 3일 오후 3시30분 판문점 연락채널을 다시 개통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우리가 얻어내야 할 국면에서 거꾸로 내주는 식의 협상은 북한에 대해서만이 아니었다. 중국과 사드 문제, 이어진 대통령 방중(訪中)도 그렇다. 중국은 아무것도 내놓은 게 없다. 반면 우리는 사드 추가 배치 않겠다, 한·미·일 군사동맹 않는다, 미국의 미사일 방어 체제(MD)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3불(不)을 선언했다. 중국이 이 중 하나만 얻으려 해도 한·미에 많은 걸 내줘야 했을 카드다. 그런데 신경질 한 번 내고 종합 선물 세트를 챙겼다. 중국과의 정상회담을 '연내 성사'라고 정하고 추진한 것도 스스로 막다른 골목을 찾아간 셈이었다. 미국과의 FTA도 마찬가지였다. 동맹과 맺은 경제 기본 조약을 일방이 수정하자고 한 거다. 그렇다면 다른 쪽에서, 하다못해 반(反)덤핑 자제 요구라도 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정상회담 한 번에 통으로 내줬다. 남북 대화 추진에 대한 미국 동의를 얻기 위해서 그랬다는 뒷말이 있었다.

지난 정부도 비슷했다. 우리 생명과 관련된 사드 배치를 안 할 수도 있는 것처럼 협상 카드로 쓰다가 중국에 역(逆)으로 활용당했다.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한·일 관계 전체를 '올인'했다. 그러다 안 되니까 거꾸로 서두르다 '불가역 합의'라는 족쇄를 차게 됐다.

이제 슬슬 북한과 협상이 시작될 모양이다. 미 국방부 아·태 지역 담당으로 1990년대 북핵 협상에 관여했던 척 다운스는 본인 경험을 바탕으로 '북한의 협상 전략(Over the line)'이란 책을 썼다. 그는 "북한은 50년 동안 일관된 정책을 취해왔다"며 북의 4단계 패턴을 소개했다. 1단계가 '변화할 것처럼 위장해서 상대가 희망을 갖게 한다'이다. 그러고는 협상 시작 전에 전제 조건을 달고, 시작되면 조건을 바꿔서 더 많은 걸 얻어내고, 얻어낸 뒤엔 파기한다는 패턴이다. 김정은은 그 1단계를 다시 시작한 것이다. 목표는 10년간 한·미·일이 어렵게 쌓아온 대북 제재 깨기일 거다.

수많은 협상 이론에서 빠지지 않는 원칙이 '왜 협상하는지 목적을 잊지 말라'이다. 지금 우리 목적은 북핵 폐기여야 한다. 이걸 잊고 '대화'가 목적인 것처럼 돼선 안 된다. 북한이 원하는 대로 해주고 적당히 잘 지내보자는 생각을 하는 건 아닌지도 우려스 럽다. '시간에 쫓기면 안 된다' '아쉬운 요구를 먼저 하지 말라'는 것도 기본이다. 임기 중에 성과를 내려고 "대화하자" "정상회담 하자"며 매달리는 건 하책(下策)을 넘어 망책(亡策)이다. 안 그래도 주변 강국에 끼여 외교적 지렛대가 부족한 한국이다. 몇 안 되는 카드를 거저 내주고, 거기에 덤까지 얹어주는 식으로 하다가는 나라가 거덜 날 수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1/03/201801030306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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