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 사설
'자유민주' 없앤 개헌안, 이를 방치한 야당
조선  |  @chosun.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8.01.03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국회 헌법개정특별위 자문위원회가 만든 헌법 개정안 초안이 공개됐다. 헌법개정특위는 국회 공식 위원회다. 여기서 참고하려고 전문가 53명을 통해 11개월간 만든 안이다. 지금까지 나온 가장 공식적 개헌안이다. 그러나 455쪽에 이르는 보고서를 보면 어쩌다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입이 벌어진다. 무엇보다 대한민국의 국가 기본 원리인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지워버렸다. 헌법에 '자유민주'는 두 번 나온다. 전문(前文)에서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라 하고 있다. 또 4조에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돼 있다. 이걸 모두 없앴다.

전문의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는 '자유롭고 평등한 민주 사회'라는 말로 바뀌었다. 언뜻 '평등'이 추가된 것으로 보이나 실제는 그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다. '자유민주주의'는 사회민주주의, 인민민주주의 등과 구별되는 의미의 정치 체제다. 우리 헌법에서 자유민주주의를 뺀다는 것은 지금까지 우리가 알던 대한민국이 아닌 다른 나라를 추구한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성격은 개헌안이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입각한 통일 정책'을 '민주적 기본 질서에 입각한 통일'로 바꾼 데서 명백하게 드러난다. 이는 통일 한국의 체제를 자유민주주의로 고집하지 않고 북한식 '인민민주주의'를 수용하거나 섞을 수 있다는 생각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흡수 통일을 원천 배제한다는 의도일 것이다. 자문위 개헌안을 문리(文理)대로만 해석하면 사회민주주의식 정치·경제 시스템으로 나라를 바꿔도 되고, 인민민주주의 통일이 돼도 괜찮다는 얘기가 될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우리 헌법의 전문과 본문에 담겨 있는 최고 이념은 국민주권주의와 자유민주주의에 입각한 입헌 민주 헌법의 본질적 기본 원리'라며 '(전문과 본문은) 모든 법령 해석의 기준이 되고 모든 국가기관과 국민이 지켜야 하는 최고의 가치 규범'이라고 해왔다. 결국 자문위는 모든 법령 해석과 가치 규범 기준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5000만 국민이 모르는 사이에 낡아빠져 폐기된 좌익 이념으로 대한민국의 기둥뿌리를 바꾸려 하고 있다. 실제로 자문위는 각종 경제 관련 헌법 조항을 사회민주주의적으로 바꿔놨다. 자유와 창의로 대한민국은 경제 기적을 이뤘다. 그것을 '모두 국가 책임'이라는 포장으로 국민 세금 나눠 먹기 나라로 바꾸려는 것이다.

이번 개헌은 순전히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바꾸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나온 개헌안은 대통령 권력 분산은 온데간데없고 엉뚱한 좌파 헌법안이 등장했다. 좌파 세력에게 권력 분산 개헌이 이용당한 것이다.

물론 국회의 현재 여야 의석 비율로 볼 때 이번 개헌안이 그대로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낮다. 그렇더라도 야당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존재하는 이유가 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현 정권이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모아 개헌안을 만들면 이런 내용이 될 것은 뻔한 일이었다. 그런데도 자유한국당은 쥐꼬리만 한 당내 권력 싸움이나 하느라 이런 엄청난 일을 방치했다. 아니 아예 무슨 일이 벌어지는 지조차 몰랐던 것 같다.

개헌은 반드시 돼야 한다. 단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고치기 위한 개헌에 국한돼야 한다. 한국당이 정당이라면 지방선거 유불리를 따지는 소아적 태도부터 리라. 개헌 논의에 적극 뛰어들어 어이없는 좌파 개헌안을 폐기시켜야 한다. 그리고 '제왕으로 시작해 처참한 몰골로 끝나는' 한국 대통령의 잔혹사를 끝내 한국 정치를 정상화해야 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1/02/2018010202993.html

조선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  Tel : (02)724-6650,6523  |  E-mail : nkchosun@chosun.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 SITE_MANAGER
Copyright © 2013 NK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Contact webmaster for more inform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