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총장 "세상은 평화와 거꾸로 가고 있다… 적색경보 발령"
교황 "전쟁은 어리석은 오만" 신년 카드에 核전쟁 참담함 담아
 

프란치스코 교황의 2018년도 신년 카드에 실린 사진 이미지. 1945년 미군이 원폭을 투하한 일본 나가사키에 있던 한 소년이 숨진 동생을 업고 화장터에서 장례 순서를 기다리는 모습이다. 당시 미 해병대 사진사 조 오도널이 촬영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2018년도 신년 카드에 실린 사진 이미지. 1945년 미군이 원폭을 투하한 일본 나가사키에 있던 한 소년이 숨진 동생을 업고 화장터에서 장례 순서를 기다리는 모습이다. 당시 미 해병대 사진사 조 오도널이 촬영했다. /교황청 공보실

국제정치와 종교계 두 지도자가 새해 벽두 덕담 대신 지구촌의 위험하고 어두운 미래를 경고하는 신년 메시지를 발표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12월 31일(현지 시각) 발표한 신년사에서 "2017년은 평화의 해가 돼야 한다고 호소했는데 불행히도 세상은 거꾸로 가고 있다"면서 "새해를 맞아 나는 세상에 호소하는 게 아니라 적색경보를 발령한다"고 밝혔다.

구테흐스 총장은 "갈등이 깊어지고 새로운 위험들이 등장했다"면서 "핵무기에 대한 세계적인 불안이 냉전 이후 최고조에 달했고, 기후변화, 불평등, 끔찍한 인권 침해, 국수주의(nationalism)와 외국인 혐오(xenophobia)가 계속 심화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세계 지도자들을 향해 "국민들을 공동의 목표를 향해 이끌어 간극을 좁히고 분열을 메우고 신뢰를 회복시키는 것을 새해의 결의로 삼아달라"며 "통합이 길이고 우리의 미래가 그것에 달려 있다"고 호소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신년 카드에 핵전쟁의 참담함을 경고하는 내용을 담았다. 카드 앞면에 1945년 원자폭탄이 투하된 일본 나가사키의 한 소년 모습을 찍은 사진이 담겨 있다고 CNN 등 미국 언론이 이날 보도했다. 이 사진은 당시 미 해병대 사진사 조 오도널이 촬영한 것으로, 숨진 동생을 업은 소년이 화장터 앞에서 입술을 깨물며 장례 순서를 기다리는 모습이다. 카드 뒷면에는 '전쟁의 결과'(The fruit of war)라는 제목이 적혀 있고 그 아래에 교황이 서명했다.

CNN은 "교황이 연말연시에 배포될 특정한 이미지를 직접 고른 것은 처음이라 현 상황과 특별히 관련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교황청이 사진 선정 이유를 따로 설명하지 않았지만 교황은 지난 12월 25일 성탄절 공식 메시지에서도 한반도 대치 상황에 우려를 표하며 신뢰 증진을 촉구한 바 있다. 교황의 신년 카드가 북한의 핵·미사일을 둘러싼 한반도의 긴장을 우려한 것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교황은 이날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열린 송년 미사에서 "인류가 전쟁과 거짓, 불의로 한 해를 망쳤다"면서 "전쟁은 어리석은 오만함의 가장 명백한 표징"이라고 비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1/02/201801020021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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