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대북정책 점검한 '정책혁신 의견서' 발표
"대북정책에서 '보수정권 지우기'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 지적도

개성공단으로 통하는 경기도 남북출입사무소 앞. /조선일보DB

통일부 정책혁신위원회(혁신위)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지난 2016년 2월 결정된 개성공단 전면 중단이 정부 내 공식적인 의사결정 체계를 거치지 않은 채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일방적 구두 지시에 따라 결정됐다고 28일 밝혔다. 이와함께 “여건이 조성된다면 개성공단을 재개할 필요성이 있고, 이를 적극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바로 하루 전날 외교부 ‘한·일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가 “박근혜 정부 시절 이뤄진 위안부 합의에 공개되지 않은 내용이 있다”고 발표한 데 이어, 이날은 통일부 혁신위가 박근혜 정부 때 이뤄진 대북 관련 정책들을 겨냥한 것이다. 특히 이날 발표된 검토 대상에 이명박 정부 때 내려진 5·24 대북제재 등도 포함되면서 “문재인 정부가 대북 정책에서 ‘보수정권 지우기’를 본격화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개성공단 임금 核개발 전용 주장도 靑의견으로 삽입”

혁신위는 이날 오전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이뤄진 주요 대북(對北) 정책의 점검 결과를 담은 ‘정책혁신 의견서’를 공개·발표했다. 앞서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 2월10일 북한의 4차 핵실험에 이은 장거리 로켓 발사에 따른 대응으로 개성공단을 전면 가동 중단하면서, 이는 당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에서 결정된 방침이라고 밝혔었다.

하지만 김종수(가톨릭대 교수) 혁신위 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난 정부의 발표와는 달리 지난해 2월 10일 NSC 상임위원회 회의 이전인 2월 8일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개성공단에서 철수하라는 지시를 내렸음을 확인했다”며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문서로 해야 하는데 박 전 대통령의 지시는 구두로만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 7일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직후 열린 NSC 회의에서는 개성공단 전면중단이 결정되지 않았지만, 그 다음날 오전 김규현 당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홍용표 당시 통일부 장관에게 개성공단에서 철수하라는 박 대통령의 구두 지시를 통보했다고 한다. 이후 이날 오후 김관진 당시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세부계획을 마련한 뒤 10일 발표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또 혁신위는 의견서에서 “대통령이 누구와 어떤 절차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당시 개성공단 전면중단의 주요 근거로 내세웠던 ‘개성공단 임금의 핵 개발 전용’도 “충분한 근거 없이 청와대의 의견으로 삽입됐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준수하면서도 국제정세 변화 등에 따라 여건이 조성된다면 개성공단을 재개할 필요성이 있고, 이를 적극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태영호 망명·北종업원 집단 탈북 발표 등 정치적 이용”

또 혁신위는 박근혜 정부 때 통일부가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집단 탈북 및 태영호 전 북한 공사의 망명을 발표한 데 대해서도 “탈북 사안을 공개하지 않던 관례와 배치된다”면서 “북한 정보사항이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발표 시점이 총선 또는 한미연합군사훈련 등과 맞물린다는 점을 들어 “정치적 목적으로 무리하게 발표했다”고 했다.

◇ MB정부 ‘5·24조치’도 “법 넘은 통치행위…남북 경제협력 복원 기회 상실”

혁신위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지난 2010년 발표된 ‘5·24 조치’에 대해서도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와 마찬가지로 통치 행위의 차원에서 이뤄졌다. 헌법과 법률에 따른 행정행위로 이뤄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5·24조치는 그해 북한이 천안함을 공격해 침몰시키자, 이명박 정부가 북한 선박의 남측 해역 운항 불허, 남북 교역 중단, 대북 신규 투자 금지, 대북 지원사업 보류 등 취한 대북 제재다.

혁신위는 의견서에서 “비록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와 달리 인도적 지원을 일부 허용하고 개성공단은 여전히 가동됐지만, 다른 지역에서 대북사업을 하던 사업자들은 사업을 중단해야 했다”며 “정부는 5·24조치가 실효성을 심각하게 의심받는 상황에서도 국민적 정서 등을 내세워 조치 해제에 미온적 입장을 유지해 남북 경제협력 관계를 부분적으로라도 복원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혁신위는 “5.24 조치 및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는 헌법과 남북관계발전법, 남북교류협력법, 행정절차법 등에 근거한 행정행위가 아니라 이른바 통치행위의 방식으로 이뤄졌다”며 “남북관계도 법치의 예외가 될 수 없고 법을 뛰어넘는 통치행위는 바람직하지 않다. 통일정책이 정치적 당파성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는 통일정책의 법제화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2/28/201712280116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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