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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상훈] 사건 사고 현장은 대통령 책임 아니다
조선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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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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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가 朴 책임 아니듯 낚싯배, 제천 화재도 文 대통령 책임 아냐
세월호 트라우마 벗어나 이상하고 억지스러운 일들 모두 정상화하길
 

양상훈 주필
양상훈 주필

문재인 대통령은 박근혜가 탄핵당한 날 세월호 사고 현장에 가서 방명록에 희생 학생들을 향해 "미안하고 고맙다"고 썼다. 세월호 덕에 탄핵이 이뤄졌고 그로 인해 대통령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자신이 대통령이 된 다음에 낚싯배 사고와 대형 화재 사고를 잇달아 겪으면서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하다. 지금도 세월호 사고가 대통령 잘못이라고 생각할까.

세월호 사고 때 대통령이 즉시 배 옆으로 달려갔어도 한 사람도 더 구할 수 없었다. 문 대통령이 낚싯배 사고 현장이나 제천 화재 현장에 즉시 갔어도 한 사람도 더 구할 수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다. 세월호는 조난 신고 후 급속히 침몰해 90도 이상 기울 때까지 1시간 1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해경 함정이 도착했을 때 세월호는 이미 45도 이상 기울었고 단 15분 만에 62도로 넘어졌다. 45도 이상 기울면 승객이 아래로 추락하고 50도가 넘으면 배 안의 사람이 자력으로 움직일 수 없다. 대통령이 "빨리 구조하라"고 지시하는 것 외에 무슨 마술을 부리나.

그런데도 문 대통령과 민주당은 마치 대통령이 잘못해 더 구할 수 있었던 사람을 못 구한 듯이 몰아붙였다. 대통령이 그 시간에 굿을 했느니, 성형수술을 했느니, 남자를 만났느니 하는 온갖 괴담에 편승하고 그걸 즐겼다. 심지어 탄핵안에 '세월호 7시간'이란 황당한 내용을 집어넣으려고 했다.

지금은 배 사고와 화재 사고가 나도 아무 괴담이 없다. 괴담을 만들 거리가 없어서가 아니다. 낚싯배 사고 때 해경의 출동이 얼마나 늦었던지, 현장에 도착했더니 썰물로 사람이 배 주위를 걸어 다닐 수 있을 정도였다. 산 사람들은 해경이 구한 것이 아니라 썰물 때가 돼서 산 것이다. 제천 화재 때 소방관들이 허둥대는 CCTV 영상을 보면 기가 막힌다. 불법 주차 차들도 소방관이 아니라 주민들이 옮겼다. 멀쩡히 있는 비상 통로만 찾았으면 떼죽음 당한 20명을 구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박근혜 대통령 시절이었다면 문 대통령과 민주당은 어떻게 했을까. 지금 괴담이 없는 것은 전문 괴담 유포 세력이 정권 편이기 때문이다.

사고가 날 때마다 청와대가 보이는 반응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 낚싯배가 뒤집혔는데 문 대통령은 "정부 책임"이라고 한다. 그게 왜 정부 책임인가. 정부 책임도 아니고 대통령 책임은 더더욱 아니다. 조그만 낚싯배를 들이받은 급유선 책임이다. 정부가 어떻게, 왜 이 충돌 사고의 책임을 지나. 전국의 교통사고가 전부 정부 책임인가. 문 대통령이 "정부 책임"이라고 한 것은 우리 사회에서 일단 '내 잘못'이라고 하면 비난을 피할 수 있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세월호 대처를 그렇게 비난하더니 다른 것도 없네' 하는 반응을 의식한 때문일 것이다.

낚싯배 사고가 났다고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가 가동됐다. 이 센터는 기본적으로 북핵 위기와 같은 국가적 위기에 대응하라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는 북핵 위기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손을 놓다시피 하고 대신 낚싯배 전복 사고가 국가 위기라고 한다. 제천 화재 때도 또 국가위기관리센터가 가동됐다고 한다. 이것은 비극인가, 희극인가.

문 대통령과 수석들은 낚싯배 희생자들을 위한 단체 묵념을 했다. 어느 나라에서 이런 일이 있을까 싶다. 당장 '몇 명 이상이 죽어야 대통령이 묵념하느냐'는 반응이 나왔다. 그러자 제천 화재 때는 청와대가 아닌 총리 이하 장관들이 묵념했다. 사람 생명의 존귀함은 다 같은 것인데 어떤 사고 희생자는 정부의 묵념을 받고 다른 사고 희생자는 그러지 못하는가. 전국에서 매일 사고 희생자가 발생하는데 정부는 매일 묵념해야 하나. 묵념하는 사진을 보면 애도하는 것이 아니라 무슨 쇼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세월호 덕을 본 정권의 세월호 트라우마가 억지에 억지를 낳고 있다.

야당은 제천 화재를 이용해 세월호 복수를 하려고 한다. 말도 되지 않는다. 세월호가 박근혜 책임이 아니듯 낚싯배 사고나 제천 화재도 문 대통령 책임이 아니다. 대통령이나 정부 책임이 아니고 배 운항을 잘못한 사람, 소방 점검을 적당히 하고 비상구를 막은 사람 책임이다. 정부에 책임이 있다면 제도를 정비하고 실효성을 높이는 일이다. 이 일은 어떻게 하는지 알 수 없다. 대신 대통령이 화재 현장을 찾아가 '울먹였다'고 홍보한다. 세계 대통령·총리 중에 울었다는 걸 홍보하는 경우가 있는지 모르 겠다.

사건 사고 현장은 대통령 책임이 아니다. 대통령이 할 일도 아니다. 대통령이 책임져야 할 것은 북한의 핵무장 성공과, 큰 후유증을 낳을지 모르는 각종 선심 정책이다. 야당은 사건 사고를 대통령 비난에 이용하지 말라. 아무도 사건 사고를 대통령 책임이라고 하지 않으니 이제 정부도 세월호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이상하고 억지스러운 일들을 정상화해야 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2/27/201712270309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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