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본 '북한의 한류 중독'
 

"선생님, 매일 숨어서 남조선 영화를 볼 게 아니라 차라리 남조선 가서 인간답게 살아요."

양강도 혜산 출신으로 대학에 다니던 서옥화(이하 가명)씨는 2013년 함께 한국 드라마를 보던 교수에게 한국에 갈 것을 제안했다. 교수는 제자의 말에 동의했다. 사제가 동반 탈북한 첫 사례다. 한국 드라마를 함께 보고 남한 사회를 동경하며 동반 탈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청진 출신 최미연씨는 "한국 영화를 보면서 '남조선에서 태어났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다"며 "남조선 '알판'(영화·드라마 CD)을 중국에서 받아 팔기도 했다"고 했다. 최씨는 "중학생 아들도 친구들과 알판을 돌려봤다"며 "덕분에 2014년 탈북할 때 아들을 설득하기가 쉬웠다"고 말했다. 평양에서 군 복무 중이던 2016년 탈북한 오은국씨는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보고 송중기와 송혜교의 팬이 됐다고 했다. 이 때문에 "먼저 탈북한 가족이 한국에 오라고 했을 때 거부감 없이 탈북을 결심했다"고 했다.

북한 주민의 한류 콘텐츠 '중독' 현상은 북한 정권의 고민거리가 된 지 오래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지난 23일 막을 내린 제5차 당 세포위원장 대회 연설에서 "지금 미제와 적대 세력들이 우리 내부에 불건전하고 이색적인 사상 독소를 퍼뜨리 고 비사회주의적 현상들을 조장시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 비사회주의적 현상과 섬멸전을 벌리라"는 지시를 내렸다. 하지만 한국 드라마 단속기구인 '109상무'에서 근무하다 2014년 탈북한 안영실씨는 "단속하는 당 간부들이 한국 드라마를 더 많이 본다"며 "힘없는 사람들이 주로 단속에 걸리는데 뇌물 2000달러를 내면 눈감아 준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2/26/201712260280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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