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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사회주의 섬멸전'
조선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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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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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평양에선 한국 아침 드라마 '역류'가 인기라고 한다. 첫회를 시작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드라마다. 북한에 한류(韓流)가 거세지면서 서울의 최신 드라마가 평양에 도착하는 시간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김정은 집권 초만 해도 2주일쯤 걸렸지만 지금은 1주일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손톱만 한 마이크로 SD카드(32기가) 한 장에는 고화질 드라마 12편이 들어간다. 중국에서 한국 드라마를 밀반입하는 업자들은 입 천장에 SD카드를 붙이는 방법으로 국경 단속을 피한다. 일단 유입된 드라마·영화·노래는 북한 전역의 400개 넘는 장마당(시장)을 통해 순식간에 유통된다. 북한 주민들의 데스크톱과 노트북 컴퓨터를 다 합치면 약 400만대로 추산된다. 6명당 1대꼴이다.

▶너나없이 한류를 즐기다 보니 서로 고자질할 일도 없다. 오히려 젊은 층에선 드라마 대사나 "당연하지" 같은 남한 유행어를 주고받으며 동류의식을 공유하기도 한다. 신세대일수록 스토리가 뻔한 북한 드라마와는 완전히 다른 남한 드라마에 더 빠져든다고 한다. 믿는 친구들끼리 '팬 클럽'을 만들어 최신편 확보에 열을 올리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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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전 주영 북한 대사관 공사는 최근 "북한 주민은 낮에는 '김정은 만세'를 외치지만, 밤에는 이불 덮어쓰고 드라마를 보면서 남한에 대한 동경(憧憬)을 키워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망명 계기 중 하나로 한국 드라마와 영화 시청을 꼽기도 했다. 이달 초 판문점 JSA(공동경비구역)를 넘어온 북한군 병사도 의식을 찾자마자 "남한 노래가 듣고 싶다"고 했다. 올해 귀순한 북한 주민은 15명으로 작년 5명보다 많다. 대다수 귀순자가 '남한 드라마를 보고 탈출을 결심했다'고 말하는 것은 한류 영향력이 예사롭지 않다는 증거다.

▶북한 김정은이 엊그제 폐막한 노동당 세포위원장 대회에서 "비사회주의 현상(한류와 시장경제 확산)과 섬멸전을 벌이라"고 했다. 김정은이 당 말단 책임자들을 모아 놓고 엄명을 내릴 만큼 한류를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이다. 김정은은 핵과 ICBM 개발로 아무리 체제를 결속시켜도 한류 등이 확산하면 민심이 뿌 리째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북한은 90년대 후반에도 "황색 바람(자본주의 풍조)을 막아야 한다"며 주민 처벌을 강화했으나 실패했다. 지금은 비사회주의 현상을 단속해야 할 간부들부터 압수한 남한 드라마를 보고 있는 실정이다. 자유의 바람은 어떤 장벽도 막지 못한다. 김정은의 핵 야욕을 섬멸하는 데는 제재보다 '한류 주입'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2/25/201712250179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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