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버나드 쇼 '칼레의 6人'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영국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의 단막극 '칼레의 6인'은 14세기 프랑스의 연대기 작가 프루와사르(Jean de Froissart)의 영·불 간 백년전쟁사에 나오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1347년 프랑스 북부의 칼레항(港)을 1년 동안 포위 공격한 끝에 함락시킨 영국 왕 에드워드 3세가 항복을 수락하는 조건은 이랬다. '칼레가 1년이나 저항할 수 있게 물자를 공급한 자유시민(귀족도 농노도 아닌 제조업자, 상인 등) 6명이 목에 밧줄올가미를 걸고 나와서 교수형을 받으라.'

이에 칼레의 자유시민 중 6명이 자원하여 목에 올가미를 걸고 에드워드 3세의 진지를 찾아 자기들을 교수형에 처하고, 대신 칼레의 시민들을 벌하지 말라고 호소한다. 에드워드는 그들의 처형을 명하지만 자애로운 필리파 왕비의 간청으로 그들은 방면된다.

탄저균 포자. /조선일보 DB
청와대가 지난 6월 6일 미국 이머전트 제약사로부터 탄저균 백신 3000만원어치(500명분)를 구입하라고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지시해서 10월에 구매를 완료했다고 한다. 북한이 3000t을 보유한 탄저균은 치사율이 95%이고 100㎏이 투하되면 국민 300만명이 형언할 수 없는 고통 속에 죽게 되는 치명적 생화학무기라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그리고 6월 6일 이후에도 일관되게 북한의 위협을 축소하며 무력에 의한 북핵 제거는 용납하지 않겠다고 만방에 선언했다. 북한을 수호하겠다는 결의처럼 들릴 때가 많았다. 그런데 북한이 보유한 생화학무기 13종 중에서 탄저균에 대한 예방책을 준비한 것은 어떤 정보에 의거한 것인가? 왜 그 정보를 공개해서 국민도 자구책을 강구하게 하지 않았는가? 탄저균 백신을 배급받은 500명이야말로 북한이 침공한다면 '우리를 처형하고 국민은 살려 달라'고 나서야 할 사람들인데 국민은 다 죽어도 자기들은 살아야겠는 것인 가. 치료 목적으로 백신 1000명분도 사들였다니 그걸 받아들게 될 극소수 국민은 노아의 방주에라도 탑승한 듯 감사해야 하는가. 그런데도 24일 지상파 방송 저녁 뉴스에서는 이 중차대한, 5000만명의 목숨이 위태로운 사태에 대한 한마디 언급도 없었다.

북한은 이미 생화학무기를 탄도미사일에 장착하는 실험을 끝냈다고 한다. 한민족 반만년의 고군분투가 허망하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2/25/2017122501817.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