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 최후통첩성 대화 압박]

"첫 폭탄이 떨어질때까지 외교적 노력 계속할 것" 끝내 안되면 군사행동 시사

'北 비핵화'는 강력히 요구 안해…
政街 "본토 위협 ICBM 폐기하고 북핵 동결수준서 타협" 분석 나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12일(현지 시각) "우리는 언제든 북한이 원할 때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적극적인 대화에 나설 뜻을 밝혔다.

그러나 틸러슨 장관은 대화 문턱을 대폭 낮추는 대신 "첫 폭탄이 떨어질 때까지 외교적 노력을 계속할 것" "내가 실패하면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차례가 온다"며 '군사 옵션'이 현실화될 시기가 그리 멀지 않다는 점도 경고했다. 미 중앙정보국(CIA)이 최근 '북한의 핵 능력 완성' 시한으로 분석한 3개월이 지나기 전 미국이 제시하는 '최후의 대화 기회'임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3개월' 시한 둔 최후의 대화 카드?

'북한이 원하는 무엇에 대해서도 대화할 수 있다'는 틸러슨 장관의 이날 제안은 그가 그동안 대화를 강조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파격적이다. 틸러슨 장관은 대화 조건으로 "대화하는 도중에 다른 핵·미사일 실험이 없어야 한다" "도발을 중단하는 시기가 있어야 하고 우리와 대화하고 싶다고 말해야 한다"는 것만 제시했다. 그 이유에 대해 틸러슨 장관은 "우리는 아무도 상대해 본 적 없는 북한의 새 지도자(김정은)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대화 과정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미국에서 이처럼 강력한 대화 신호가 나온 것은 북한이 미국에 도달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완성하기까지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틸러슨 장관은 이날 "시간은 빠르게 흐르고 있고 북한은 한 번 추가 실험을 할 때마다 (핵·미사일) 프로그램의 진전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그래서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데려와야 한다"고 말했다. CIA의 '3개월 시한' 안에 우선 북한의 도발을 멈추게 하고,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틸러슨 장관은 대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군사 조치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틸러슨 장관은 "내 파트(외교)에 실패가 있을 경우에 대비한 군사 옵션이 여럿 개발돼 있다"면서 "(내 차례가 끝나고) 만약 매티스 국방장관 차례가 온다면 그가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또 "어떤 성공적 외교적 노력이든지 군사적 대안의 뒷받침을 받아야 하고, 그냥 (군사적) 위협이 아니라 믿을 만한 위협이어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군사 전략가들에게 모든 종류의 비상 계획을 세워두라고 지시했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동결' 또는 '비확산 방지'로 가나

틸러슨 장관은 이날 '핵보유국 북한'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는 했지만, 비핵화를 강력하게 주장하지는 않았다. 미국이 원칙적으로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미국에 직접적 위협이 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폐기하고 북핵을 동결하는 수준에서 타협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는 "북한은 분명히 핵무기를 그저 억지력 차원에서 보유하고 있지 않고 상업적 활동을 할 것"이라며 "(테러리스트 같은) 비국가 행위자들의 심각한 위협 속에서 살고 있는 오늘날 그런 일은 받아들일 수 없다. 그래서 대통령과 나는 우리가 핵무장한 북한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데 동의했다"고 했다. 북한의 핵 보유 자체보다 핵 확산이 가장 큰 우려 사항이라는 인식을 내비친 것이다.

미국 조야에서도 핵·미사일 폐기가 아닌 동결 쪽에 무게를 싣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로버트 게이츠 전 미국 국방장관은 12일(현지 시각) CNBC방송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겠다고 성명을 내거나 확언을 해야 협상을 할 수 있다고 전제 조건을 단다면 (북한이 당연히 거부할 것이므로) 우리는 갈 데가 없다"며 "(핵 포기를 전제로 하지 말고) 핵과 미사일 실험을 동결하는 데 북한이 동의하도록 하는 것이 북한과 협상을 시작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결국 미국 정부는 자신들 문제만 해결하고 한국은 북핵 위협에 내버려둘 것이란 관측도 있다.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틸러슨의 제안은) 대화 시기와 조건을 북한이 정하라는 말과 다름없다"며 "이렇게 대화할 경우 완전한 비핵화는 어렵다"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2/14/201712140034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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